금강하굿둑이 안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충남 서천군이 파격적인 해법을 들고 나왔다. 바닷물과 강물의 유통으로 하구언의 수질악화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이참에 기수역도 복원하자는 내용이다. 금강하굿둑에 의한 단절로 나타난 토사퇴적 문제도 해수유통으로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강하구를 공유하고 있는 전북 군산은 그러나 서천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한 기색이다. 기존의 용수공급 체계를 전면 재편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하겠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강하굿둑이 가져온 환경의 변화


전북 장수군 신무산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은 충북 서부, 충남 남부를 굽이 흘러 서해안 금강하구로 이어진다.

이렇게 397.25㎞를 흘러오면 금강은 바로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일단 금강하굿둑과 만나게 된다. 1990년 금강하굿둑이 만들어지기 이전까진 금강하구부터 65㎞지점(충남 청양군 청남면)까지 해수가 유입돼 민물과 옥신각신 뒤섞였지만 금강하굿둑에 흐름이 단절되면서 금강하구까진 온전히 민물이 영역을 차지하게 됐다.

뱃길은 고사하고 물길까지 막혀 있다.

일단 금강하굿둑 조성은 필연적으로 환경의 변화를 가져왔다.

하굿둑 바깥쪽엔 바닷물이 몰고온 토사가 지속적으로 쌓여 해마다 준설하지 않고는 장항항의 항로수심을 유지할 수 없다.

1841m의 제방 가운데 배수갑문이 군산쪽으로만 20개가 설치(714m)되고 서천쪽으론 그대로 막혀 있어 토사가 서천쪽에 쌓이는 것은 필연이다.

퇴적토사 준설은 장항갯벌 인근 양식장 오염이라는 2차 피해도 야기하고 있어 자연의 흐름을 단절시킨 책임을 톡톡히 추궁당하고 있다.

또 금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각종 부유물질이 하굿둑 안쪽 금강호에 그대로 퇴적돼 수질오염도 가중시키는 것도 문제다.

현재 금강호는 3급수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지만 10년 먼저 하굿둑이 설치된 영산강 하구의 사례를 보면 향후 10년 내에 금강호의 수질은 공업용수로도 못 쓸 정도로 악화될 전망이다.

△환경변화에 근본적으로 대처해야

토사퇴적과 담수호(금강호) 수질 악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서천군이 내놓은 대안이 바로 해수유통이다. 군은 일단 군산쪽에만 설치된 배수갑문시스템을 서천쪽에도 도입하고 배수문을 조절해 일부 구간에서 해수를 유통시키자고 제안하고 있다.

금강 상류 지점에 금강호의 역할을 대신할 시설물을 보완하고 대신 금강하구에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기수역을 되살려 장기적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게 서천군의 구상이다.

이 같은 구상안은 녹색성장 기조 속에서 정부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도 맥을 같이 한다.

정권의 통치 차원에서 금강을 되살려 녹색성장의 원천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하구언을 되살리는 문제도 검토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서천군의 판단이다. 물론 당장 내일부터 공사를 시작해 배수갑문을 만들고 해수를 유통시키자는 건 아니다. 금강하구를 빼놓고는 금강 살리기를 논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앞으로 일어날 게 뻔한 문제에 미리 대처하자는 얘기다.

해수유통 구상도 현재 금강하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화두일 뿐 해법은 아니다.

전남이 영상강하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년여의 연구 끝에 해수유통을 가장 유력한 해법으로 낙점한 사례에 기인한 것이다. 당장 2~3년 내에 결정될 수 있는 간단한 사안도 아니다. 준설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전제 하에서 하루라도 빨리 금강을 공유한 지자체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금강호가 최악의 상황을 맞기 전에 최적의 대안을 마련해 실행에 옮길 수 있다.

△금강하구 해수유통의 과제

정부는 1983년부터 1990년까지 1010억 원을 들여 금강하굿둑을 완성했다. 하굿둑이 금강하구를 막으면서 하굿둑 안쪽엔 1억 4000만㎥(1억 4000만t)의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만들어졌다. 바로 금강호다.

이후 정부는 최근까지 3971억 원을 더 투자해 금강호를 취수원으로 양수장과 용수로를 만들어 농업·공업용수 공급 시스템을 갖췄다. 연간 3억 6000t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물은 인근 농경지 6만㏊(충남 1만 6000㏊·전북 4만 4000㏊)에 농업용수로 공급되고 또 군장국가산단 군산지구에 공업용수로 이용된다.

2011년부터는 전북 전주와 익산공단의 생활·공업용수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일단 금강하굿둑을 관장하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는 ‘금강하구 해수유통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천군의 구상대로 금강하굿둑을 통해 일정 구간(12㎞ 정도) 해수를 유통시킬 경우 하굿둑으로부터 2㎞ 지점에 있는 공업용수취수장(연간 2200만t 활용)과 4.2㎞ 지점에 있는 서포양수장(2만㏊ 농업용수), 4.3㎞ 지점에 있는 화양양수장(6000㏊ 농업용수)이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농림수산식품부는 주장하고 있다.

또 고조위(潮位) 때 상류에서 홍수량이 내려올 경우 저지대인 부여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근 4000㏊가 침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강하굿둑의 홍수조절 기능이 필요하다는 게 농림수산식품부의 판단이다. 전북 군산시도 서천군의 해수유통 구상 제안에 대해 용수공급 문제와 홍수조절능력 상실 등의 이유를 들어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용수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새만금사업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미치는 만큼 해수유통 문제는 전혀 고려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향후 논리 전개


서천군과 충남도는 일단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 나가기로 했다. 서천군의 구상안이 ‘아무런 대안없이 기수역을 살리기 위해 금강하굿둑을 트자’는 식으로 확대 해석된 문제부터 바로잡고 근본적인 해법 모색에 접근해 나갈 생각이다.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면 금강을 공유하고 있는 타 지자체와의 협의에 명분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맞물려 농림수산식품부와 전북 군산이 제시한 반대 논리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해수유통 구상안을 내놓을 수 없는 만큼 대응 논리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용수공급 문제나 홍수 시 저지대 침수 문제 등에 대해선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정부의 금강 살리기 사업에 해수유통을 포함한 금강하구 살리기 구상안을 포함시켜 해법을 모색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서천=노왕철 기자 no8500@cctoday.co.kr

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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