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들판에서 마음의 정성과 예를 담아 시위를 당기는 국궁. 우리 조상의 얼과 놀라운 과학지식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은 충남 공주 국궁장에서 특별히 포즈를 잡아준 권경욱 공주시궁도협회장과 이의형 사범, 궁사 김진화 씨(왼쪽부터).  
 
예부터 ‘고려는 활, 중국은 창, 왜는 칼’이라 했다.

특히 활은 우리 민족의 특별한 장기로 알려져, 몇 자 안되는 우리 민족에 관한 기록에도 활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중국의 사서에는 삼한시대부터 우리나라의 주요 특산물과 교역품 중 하나로 활이 언급되고 있을 정도다.

우리 민족에게 활은 전쟁을 위한 병기와 동시에 수양을 위한 도구이기도 했다. 활은 총기가 발명되기 전 가장 치사성 높은 원거리 투사무기로 우리 민족의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활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가?

우리나라의 전통활은 다른 나라의 것보다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활의 탄력이 좋아 사거리와 관통력이 우수하다.

일부 학자들은 특별히 작은 활의 유래가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기마족의 후예로서, 기마궁수(말 위에서 활을 다루려면 작을수록 좋다)와 함께 발전했기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후술키로 하고 이제 우리 전통활을 쏘아보자.

신중한 활 쏘기의 준비

활은 불과 지난 세기까지 수 천년 동안 우리나라에 가장 위력적인 전쟁 수행 능력을 부여한 병기다. 또 같은 기간 선비에서 한량에 이르기까지 예를 수양하고 실천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때문에 지금도 활을 쏘려면 제법 엄격한 규율과 바른 예의를 지켜야 한다.

안일한 자세는 자칫 치명적인 안전사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활쏘기 체험을 위해 찾아간 곳은 충남 공주의 국궁장인 청풍정. 청명한 하늘 아래 10여 명이 시위를 당기고 있다. 푸른 잔디밭을 가로질러 있는 표적까지의 거리는 150m. 과녁에 화살이 명중하면 관중을 알리는 붉은 등이 들어온다. 이곳에서 사범인이라 불리는 이의형 공주시궁도협회 전무이사를 찾아가니, 그는 방 한켠에서 전기화로를 켜놓고 활을 요리조리 데우고 있다.

이를 ‘얹는다’고 하는데 활을 쏘기 전에 살짝 휘어지거나 비틀어진 것을 바로 잡는 것이라고 한다. 활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를 듣고 활 하나를 건네 받는다. 생각보다 제법 가볍지만 시위를 당기려면 힘이 상당히 좋아야 겠다는 느낌이다.

   
▲ 활 쏘기에 앞서 휨새를 바로잡는 공주 국궁장 이의형 사범.
비법이 숨어 있는 전통 활 쏘기

사로에 서서 빈 시위를 당겨보는데, 활 쏘기를 준비하던 궁사 한 분이 다가와 재미있으면서도 중요한 정보를 전해준다.

자영업을 한다는 궁사 김진화(45) 씨가 설명하는 전통 활 쏘기의 특징은 이렇다. 다른 나라의 활, 특히 양궁은 활을 쥐어잡은 앞손(왼손)을 절대 움직이지 않는데,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활을 쏠 때 앞손을 왼편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를 ‘흘려쥐기’라고 한다. 이는 활의 오른쪽 면에 화살의 거는 구조로 인해 화살의 탄도가 우측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나라는 화살을 놓은 손이 그대로 있는데, 우리나라 활 쏘기는 화살을 놓는 손을 자연스럽게 뺨 뒤로 스쳐 뺀다. 이를 ‘발여호미’라고 한다.

이는 화살을 놓는 순간 손가락에 걸리는 마찰로 탄성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고, 비행하는 화살의 진동을 줄이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다른 나라의 양궁 국가대표 팀이 이 기술을 배워간다는 것. 그래서 지난 런던올림픽 때는 적지 않은 나라의 양궁팀이 발여호미 기술을 사용했다고 한다.

   
▲ 깍지를 이용해 시위를 당기는 모습.
마음을 다듬어 시위를 당기다

활 쏘기는 보기보다 훨씬 어렵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숙련된 궁수 한 명을 양성하기 위해 수 년이 노력을 쏟았다. 푸른 잔디밭 위로 화살을 날리니 김 씨가 설명한것 처럼 겨냥한 곳 보다 약간 우측으로 날아간다. 활의 탄성이 좋아 멀리 날리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살짝만 시위를 당겼다가 놔도 ‘슉’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멀어져간다. 숙련된 궁사는 엄지손가락에 깍지를 끼고 있는데, 이것이 방아쇠 역할을 해서 손가락 각도를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발사가 된다. 얘기만 들으면 쉬어보이지만, 흘려쥐기와 동시에 구사하면서 발사 순간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옆에서 볼 땐 쉽게, 시원하게 쏘는 화살이지만, 직접 쏴보니 화살을 시위에 먹이고, 당기고, 놓기까지 한 발 한 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래서 정신집중과 마음가짐이 각별해야 하나 보다. 권경욱 공주시궁도협회장은 “활을 잡으면 당장 내일 하늘이 무너진다해도 잡념이 다 사라진다”고 말했다.

국궁체험, 어렵지 않아요

그렇다면 국궁체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의외로 쉽다. 공주 국궁장 청풍장의 경우 연 1500명의 체험객이 다녀간다. 공주 시티투어에 포함된 코스를 통해 다녀가거나 교육청, 학생 수련원 등에서 단체로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직접 방문해서 국궁을 배울 수 있다. 국궁장을 가면 교육비는 무료이며, 활도 숙련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무료 대여해 준다. 국궁장 이용도 예만 갖추면 되고, 정식 회원으로 활동하려면 소정의 회비만 내면 된다. 만약 개인 활을 구입하고 싶을 경우, 개량궁은 10~30만 원, 각궁은 50~60만 원 선이다.

이의형 사범은 “활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녀노소 구분없이 쉽게 접할 수 있다”며 “자신의 마음가짐을 돌아보고 수련하는 데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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