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일부 소속의원들의 무단 불참으로 의사일정에 파행을 겪은 것과 관련해 동료 의원이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배경이 의원간 내분 때문으로 파악되는데다 일부 의원은 여전히 의사일정 참여를 하지 않고 있어 주위의 반응이 더욱 냉담해지고 있다.
20일 열린 315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박상인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최근 일부 의원들의 무단 불참으로 기획행정위가 파행을 빚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 의원은 "시정의 문제를 지적하는 시의회가 잘못하면 누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느냐"며 "시민들의 외면을 받으면 시의회는 모두 공멸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박 의원은 지난 18~19일 상임위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은 최광옥 부의장과 김영주·김명수 의원, 연철흠 전 의장 등을 일일이 거명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최 부의장을 겨냥해 박 의원은 "'의장은 시민의 아버지이고, 부의장은 시민의 어머니'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부의장에 당선된 분이 파행 운영을 하도록 만든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의원은 시민들에게 필요 없고, 동료 의원들에게도 필요없다"고 독설을 내뱉었다.
이어 "기획행정위원장의 독단적인 운영을 운운하는데 연 전 의장도 각종 위원회 위원을 추천할 때 단 한 번도 상의 안했다"며 "이제 와서 비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주 의원에 대해서도 "의장 후보로 열심히 경쟁한 만큼 의회에 애정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획행정위도 이끌어 주지 못하고 어떻게 의장을 하려했느냐"고 반문했다.
끝으로 박 의원은 "이같은 부끄러운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며 "재발되지 않도록 의장이 경위를 제대로 파악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기획행정위는 소속 의원 4명이 이틀간 상임위 의사일정에 무단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미술창작스튜디오 설치 및 운영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2013년 용역과제 심의 대상 의견제시 건' 의 심의를 다음 회기로 연기하는 파행을 빚었다.
이번 사태의 배경은 후반기 의장 선출 과정에서 촉발된 의원 간 내분의 연장선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유를 떠나 의정비를 받는 의원이 의사일정에 참여조차 하지 않는 것은 본분을 저버리는 일이라는 비난이 일자 최광옥 부의장과 김영주·김명수 의원 등 3명은 "개인 사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20일 일정부터 뒤늦게 참여했다.
반면 연철흠 전 의장은 여전히 무단 불참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연 전 의장은 "현 임기중 의장의 의회 운영 방식과 이용상 기획행정위원장의 위원회 운영방식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 불만을 갖고 있던 터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자 의사일정에 참여할 수 없었다"며 "3차 본회의가 열리는 21일에는 등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의원도 아닌 전 의장까지 지낸 인물이 동참해 내부갈등을 확대시켜 의사일정에 차질을 빚게 한 것은 쉽게 용인할 수 없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시민 이모(47·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씨는 "의원간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내부에서 대화로 풀어야지 무단 불참으로 의사일정에 파행을 빚고 행정추진에 지연을 초래한 것은 의원 본분을 저버린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박상인 의원은 이날 공무원 비리관련 발언을 하면서 "재정경제위원회가 해외연수를 가기에 앞서 모처에서 900만 원을 가져왔으나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되돌려줬다"고 말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박 의원이 언급한 업소는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60여개 편익상가 중 한 곳으로 다음달 입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