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강력범죄에 대한 부실수사, 민생치안을 위한 선제적 방범활동 부재, 선진교통문화의 척도인 교통사망사고 증가, 잇단 자체사고에 따른 내부자정능력 마비, 중간채널에서의 조정능력 상실.
수사·생활안전·교통·감찰·홍보 등 주요기능 어느 한 곳 제대로 굴러가는 곳이 없다. 경찰안팎에서는 현 상황을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박 겉핥기식 수사=수사기능은 경찰의 필수적 존재 요소다. 최근 발생한 강력범죄에 대한 충북경찰의 수사력을 놓고 '수박겉핥기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발생한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20대 여성 피살 사건의 경우 경찰이 피의자가 성범죄 우범자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탓에 내연녀를 수사 선상에 올리지 않아 조기 검거의 기회를 놓쳤다.
지난달 제천에서는 경찰관들이 교통사고현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탓에 사고차량의 뒷좌석에서 5시간 만에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 7월 충주경찰서에서는 수사라인의 허술한 입감자 관리 탓에 살인 피의자가 1회용 면도기로 양 손목과 두 발목을 자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선제적방범활동 부재=지구대·파출소를 총괄하고 방범근무를 주관하는 생활안전 기능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물망처럼 꼼꼼한 방범순찰이 강력범죄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기본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발생한 범죄의 뒤만 쫓아다니는 모양새다.
이달 초 매일 전체 근무자의 3분의 1(약 1000명)을 특별방범 활동에 투입하는 기간에 지구대와 불과 5m 떨어진 상당구 내덕동에서 20대 여성 피살 사건이 발생, 방범 활동에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달에는 경찰이 도내 범죄취약지 12곳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공원전담자율방범대까지 운영했지만, 열흘 만인 지난 3일 청주중앙공원에서 40대 남성이 노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지난 6월에는 충주의 한 지구대에서 조사 절차도 거치지 않고 풀려난 20대 남성이 자신과 다퉜던 슈퍼마켓 주인을 찾아가 흉기로 마구 찌른 일도 있었다.
◆교통사망사고 증가=선진교통문화의 척도가 되는 교통사망사고는 지난해 대비 10%나 증가했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8월말까지 집계된 도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179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2명에 비해 17명(10.4%) 늘었다. 사망사고줄이기를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청장 등 지휘라인까지 나서서 캠페인을 벌였던 과거와 달리 올 들어 충북경찰이 내놓은 자체 교통대책은 도민불편 해소라는 명목하에 추진한 422개 도로의 중앙선 절선이 고작이다. 이를 두고 충북청은 전국 지방청 가운데 최초로 시행했다고 자평했다.
◆내부자정능력 마비=올 들어 충북에서 발생한 내부기강해이에 따른 경찰관 비위사건은 손으로 꼽기 힘들다. 이례적인 복무기강점검 등 구은수 청장이 내놓은 '극약처방'에도 '약발'이 들지 않다보니 청장의 조직장악력이 추락했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 17일 충북청 항공대 소속 간부가 길거리에서 차량을 파손하고 길 가던 시민을 폭행한 혐의(상해·재물손괴)로 불구속 입건된 뒤 대기발령됐다. 특별방범활동 기간인 지난 13일 충북청 소속 경관이 혈중알코올농도 0.144% 상태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는 등 7월 이후 경찰관 음주운전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다.
7월 충북청 소속 경찰관이 불법오락실 업자에게 단속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아 징역 8월을 선고받았고, 5월에는 동료에게 부탁해 사건 편의를 봐주겠다며 사건관계자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경관과 지난 1월 조직폭력배와 함께 사행성 게임장을 차려 놓고 불법 영업을 해온 경관이 모두 구속 기소됐다.
◆홍보기능 조정능력 상실='청장의 입'으로 통하는 홍보라인은 대언론과 공보기능을 맡고 있다. 지휘관이 강조하는 치안정책을 도민에게 알리고, 때로는 '문제경찰관'의 기사 게재 여부 등도 발빠르게 대처, 조율해야 하는 중간채널 역할도 홍보기능의 몫이다. 충북경찰의 최근 상황만 놓고볼 때 언론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통해 조정자 위치에서 기능별 기강확립 대책 등을 주문, 홍보함으로써 추락한 경찰 신뢰도를 최소한이라도 회복하는 게 홍보라인의 최우선 업무다.
잇단 자체사고에 따른 언론의 비판보도 등으로 충북경찰 이미지가 곤두박질치는데도, 조정은 뒷전인 채 괴산서 전·의경들이 먼저 발굴한 UCC(가수 싸이의 '오빤 강남스타일' 패러디)를 다시 베껴 동영상을 제작,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1위 등극'에만 주력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