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이 내부기강 해이에 따른 잇단 자체사고 발생으로 허둥지둥대고 있다. 구은수 충북지방경찰청장이 이례적으로 복무기강점검까지 시행토록 하는 등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차량파손 및 시민폭행, 음주운전, 뇌물수수 등 직원들의 비위행위는 점입가경이다. 구 청장의 조직장악력 부재에서 파생된 결과라는 지적이 경찰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충북경찰은 사고경찰(?)

18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충북청 항공대 소속 A(55·경감) 씨가 길거리에서 차량을 파손하고 길 가던 시민을 폭행한 혐의(상해·재물손괴)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17일 오후 1시 15분경 청주시 흥덕구 개신동 오거리에서 좌회전하기 위해 서 있던 차량 3대의 보닛을 아무런 이유없이 파손하고, 앞 유리창을 깨뜨린 뒤 운전자들을 폭행한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A 씨는 지난 15일 오후 6시 경 흥덕구 산남동 청주지검 앞에서 "나를 음해한 직원들을 처벌해 달라"는 시위를 벌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직원들의 권유로 귀가했다. A 씨는 이튿날 오후 충북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병원에서 정신착란 초기 가능성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치안과 관련한 항공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항공대 부서장을 맡고 있는 A 씨는 최근까지 헬기를 직접 조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충북경찰청은 A 씨에게 입원치료를 권유했을 뿐 전보 발령하지 않고 항공대장 직책을 유지토록 했다

구은수 청장 취임 후 경찰관들의 기강해이에 따른 사건·사고는 일일이 꼽기 힘들만큼 수두룩하다.

충북경찰청 소속 B(39) 경사가 지난 13일 오전 0시 경 청주시 상당구 정하동의 한 사거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44% 상태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는 등 7월 이후 경찰관 음주운전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다. 앞서 지난 7월 17일에는 충북경찰청 소속 C(39) 경사가 불법오락실 업자에게 단속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10차례에 걸쳐 610만 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C 씨의 수사 과정에서 청주상당서 소속 D 경사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가 드러나 불구속 기소됐다. 5월 동료에게 부탁해 사건 편의를 봐주겠다며 사건관계자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경관과 지난 1월 조직폭력배와 함께 사행성 게임장을 차려 놓고 불법 영업을 해온 경관이 모두 구속 기소됐다.

구 청장 조직장악력 도마위

구은수 청장은 자체사고가 잇따르자 내부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극약처방’을 내렸다. 구 청장의 주문에 따라 충북경찰청은 이달 한 달을 자체사고 예방을 위한 전방위 복무기강 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내부단속에 주력했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복무기강 점검기간인 이달 들어서 음주사고, 시민폭행 등 자체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상명하복과 규율을 엄격히 따지는 경찰조직에서 지휘관의 강력한 메시지가 ‘소리없는 메아리’로 그치다보니 경찰 안팎에서는 구 청장의 조직장악력과 리더십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 청장의 유약한 조직장악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난 7월 경찰청의 상반기 성과평가 결과에 따른 후담을 꼽을 수 있다. 언론의 공식적인 자료공개요청까지 거부한 성과평가에서 충북경찰청은 16개 시·도 지방경찰청 중 홍보·수사·교통 등 대부분의 기능에서 하위권을 기록, '전국 꼴찌'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구 청장은 내년도 승진을 바라보는 홍보·수사·교통부서 실무책임자들에게 “이런 식으로 하면 총경승진 힘들 것”이라며 불호령까지 내렸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내부자정활동을 위한 기능별 대책마련 보다는 승진을 위한 치적쌓기에만 전념했다.

자체사고가 터질 때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엄중한 처벌로 재발을 방지하기 보다 제식구 감싸기식 관대한 조치를 내린 점도 문제다. 지난 7월 음주뺑소니사고를 낸 음성서 소속 간부경관의 경우 음주운전을 한 경찰관에 대해 해임처분을 내렸던 관례를 깨고 1계급 강등처분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 경찰간부는 “고향청장으로 부임해 열정을 갖고 강단있는 치안정책을 펼치기보다 무탈하게 지내다 가려는 행보를 보여온 게 사실”이라면서 “조직장악력이 약하면 내부기강이 해이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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