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출근버스를 타고 세종청사에 도착한 국무총리실 직원들이 17일 첫 출근을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장수영 기자 furnhanul@cctoday.co.kr  
 

“버스 기사분이 길을 못찾아서 조금 늦었네요. 그냥 얼떨떨 합니다.” 국무총리실이 첫 공식 업무에 들어가는 17일 오전 8시 세종정부청사 국무총리실 정문.

서울발 40인승 전세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세종청사에 들어서는 총리실 직원들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어둑어둑한 새벽을 1시간 이상 달려 세종에 도착한 직원들은 눈을 비비기도 하고 남몰래 기지개를 켜며 호흡을 가다듬는 순간에도 어색한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왜 그렇게 표정이 굳어있으세요’라는 질문에 한 직원은 ‘기대와 우려감이 교차되는 표정이예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나름의 방식으로 세종청사 첫 입성이라는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총리실 공무원들은 첫 출근길에 맞닥뜨린 수십여 명의 취재진이 당황스러웠는지 일순간에 고개를 떨구며 발걸음을 재촉하기 바빴다.

서울 사당역에서 전세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길이라는 여직원 박 모(35) 씨는 “세종청사 첫 출근이라 설레이기도 하지만 먼저 걱정이 앞선게 사실이다. 궂은 날씨 탓인지 마음이 무겁다. 세종시 이전이 이제 실감이 난다”며 “그래도 세종청사에서 첫 업무를 시작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한동안 불편하겠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라고 했다.

오전 8시 30분, 출근 행렬이 본격적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버스는 고작 10~15명 정도의 직원을 태우고 세종정부청사 정문 앞 도로에 차를 세웠다. 한 시간여 동안 버스 4~5대에 나눠 탄 직원들은 줄잡아 60여 명. 서울 등지에서 버스를 활용, 첫 출근을 시도한 공무원들이다.

과천에서 출발했다는 성 모(50) 씨는 “가족들이 있는 과천에서 출근하는 길이다. 오늘 퇴근 후에는 최근 이사한 첫 마을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하게 된다”며 “고3 아들 생각에 마음이 무겁지만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집 문제로 인한 고민을 털어놓는 순간 표정은 또 다시 무거워 졌다. 성 씨는 “어쩔 수 없이 첫 마을에 집을 얻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과천 집이 팔리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억대의 대출 융자 이자가 상당한 액수다. 두 채의 집에서 이자가 나가고 있다.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반면 수개월째 서울로 역출근을 하다 첫마을에서 첫 출근 하는 최모(42·여) 씨의 한마디 한마디는 가벼웠다. 최 씨는 “첫 마을 아파트를 미리 분양받아 7개월째 서울로 역출근을 했는데 이제는 정상적으로 출근을 하게돼 너무 편하다. 남편도 서울에서 천안으로 발령을 받아 서울에서보다 더 좋은 조건이 됐다. 4학년 6학년 아들이 앞으로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뿐”이라고 설레임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자족기능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은 가장 큰 걱정거리다. 그는 “마트를 가려면 조치원이나 유성까지 나가야한다. 또 최근 첫 마을내 작은 병원이 개원 했지만 응급 상황 발생시 미리 예약을 하고 30분 거리에 있는 유성까지 가야하는게 불안하다”고 현재 심경을 내비쳤다.

오전 9시 20분, 공무원들은 각자의 사무실에 짐을 풀고 총리실 현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부세종청사 입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입주식을 기다리며 삼삼오오 모여있는 총리실 공무원들의 표정은 동료 직원들과 우스갯 소리를 나누는 순간에도 기대와 우려가 함께 드러났다.

세종=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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