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연이은 태풍으로 농수산품 가격이 급등해 도내 물가는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게다가 각종 물가·집값·가계부채 등에 대한 정부의 관련 대책도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등 연착륙도 쉽지 않아 추석을 앞둔 서민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농수산물 가격 급등…공포의 ‘한가위’

9일 충북도와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집계된 도내 농경지의 태풍 피해 면적은 639㏊로,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이 크게 올라 식탁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철에 접어든 농가들은 망연자실했고, 이로 인한 물가상승 압박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날 한국농수신식품유통공사와 청주지역 대형할인매장에 따르면 지난주 3800원이던 상추 1봉(150g) 값은 4500원으로, 일주일 새 18% 뛰었다.

상추 값 폭등에 따른 쌈모둠 1봉 값도 지난주 3980원에서 이날 4450원으로 치솟았다. 또 미나리 1봉 가격은 3500원으로, 지난주보다 무려 40%나 뛴 것으로 조사됐고, 얼갈이배추 1봉도 지난주 2900원에서 3500원, 시금치도 4000원에서 4300원으로 비싸졌다.

배에 이어 낙과 피해가 큰 복숭아도 지난주 1박스(5~7개입)가 1만 2800원에 팔리던 것이 1만 5000원까지 올랐다. 게다가 국제 곡물가격, 원자재 값 인상으로 각종 공산품 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밀가루와 튀김가루, 식용유 등 추석에 필수적인 식재료마저 비싸져 이번 추석은 그야말로 '장보기 겁나는 추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같은 각종 식탁물가 상승에 올 추석 명절 비용도 큰 폭 늘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 닐슨코리아가 지난달 14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및 4대 광역시(대전, 대구, 광주, 부산)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 추석에 비용을 지출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941명인 것으로 나타났고, 평균 지출 예상 비용은 47만 3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1년 같은 조사 결과(39만 5000원)보다 7만 8000원(19.7%)이 오른 것으로, 2010년 조사 결과(35만 4000원)와 비교해서는 11만 9000원(33.6%)이나 증가한 것이다.

◆명절 분위기 없앤 서민물가

올 추석에는 자가용을 이용한 귀성길도 조심스러워질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이날 현재 충북지역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2021.80원으로, 추석명절인 이달 말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다.

‘해도 너무 한다’는 표현이 나올정도로 정점을 찍은 도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26일 2000원대를 찍은 이후 현재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름 값이 무서워 자가용을 운행하지 않더라도 서민들의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중 대중교통 요금 인상도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3년마다 인상되는 택시 요금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2년 주기로 오르는 일반 완행버스와 직행버스, 고속버스 등 '3대 시외버스' 요금도 올해 말 일제히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장인 이모(34·청주 흥덕구 분평동) 씨는 “매번 명절때마다 언론보도를 통한 물가인상 소식에 말들이 많지만 올해처럼 힘들기는 처음”이라면서 “이번 추석 고향에 다녀오기 위한 지출을 대략 계산해보니 이전 추석보다 최소 20만 원은 더 들 게 생겼다”고 푸념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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