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선거가 10일로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분위기는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수성(守城)’ 입장인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박근혜 후보로 낙점했지만, ‘공성(攻城)’을 해야 하는 범야권은 누구를 후보로 낼지 알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후보가 없으니 여권인 새누리당도 민심탐방 수준의 행보만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각 정당과 대선 후보에 대한 정책·공약 대결이나 후보 검증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자칫 국민은 ‘인물’ 또는 ‘분위기’에 휩쓸려 투표를 해야 하는 사태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오는 16일 끝나지만, 이 역시 야권 후보 선출이 아니라는 인식이 많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그늘 때문이다. 대선 본선이 결승전이라면, 안 원장과 민주당 대선 후보의 야권 후보 단일화는 ‘준결승전’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 밖의 인물이 정치권 전체를 흔들어 놓은 적은 처음”이라며 “안 원장이 기존의 정당정치는 물론 정치 전체의 틀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원장의 단일화가 추진되더라도 그 과정 역시 복잡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시일과 진통이 예상된다.

이런 배경 탓에 최종적인 범야권 후보는 11월 23일 정식 후보 등록일 직전까지 윤곽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안 원장과의 단일화 모색에 목을 매는 이면에는 안 원장이 ‘시대정신’과 가장 근접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은 이미 지난 서울시장 선거 당시 ‘안철수 현상’이라는 이름으로 새정치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정치권에 전달했다. 민생을 외면한 싸움과 낡은 의회정치를 고집하는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은 안 원장이 보여준 새로운 정치행보에 열광했다.

또 안 원장이 전국을 돌며 펼친 강연 등을 통해 보여준 ‘소통’은 한국 정치의 불통을 더욱 부각시켰다.

결국 지지율 등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밀리고, 시대정신이나 정치력 등에서 안 원장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통해서라도 정권을 창출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견고한 지지율을 무기로 당내 경쟁자를 정리한 후 개혁과 대통합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선일까지 남은 100일 동안 단단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얼마나 폭넓은 새정치·통합의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박 후보가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진석용 대전대 교수(정치언론홍보학과)는 “안 원장이 어떤 형태로 대선에 출마할지, 또 긍정·부정적 검증 등의 치열한 대선과정을 어떻게 버티어 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행정학과)는 “안 원장과 민주당이 같이 가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와 안 교수의 연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가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변수”라고 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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