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은 문명이 시작한 이래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다. 제주에는 수십개의 승마장이 있는데 초보자도 조금만 연습하면 쉽게 즐길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제주의 푸른 초원을 말을 타고 거닐어보자.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까지 수천 년 간 인간에게 가장 빠른 기동력을 제공하는 중요 교통수단이었다. 비록 지금은 말을 취미나 스포츠 활동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지만 오랜기간 새겨진 승마에 대한 인간의 선망은 지금도 여전하다.

우리나라에서 말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제주도다. 지형적으로 오름과 넓은 평지가 어우러져 말을 방목하기 수월해 예부터 우리나라의 주요 말 생산지였고, 특히 몽고의 내정 간섭기에 대규모로 말이 사육되면서 그 자리를 굳혀왔다. 지금도 그 명맥이 면면히 이어져 제주에 수십 개의 승마장이 있다. 이곳에는 초보자들도 쉽게 탈 수 있는 잘 훈련된 말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말 타고 초원을 거니는 여유

이번에 찾아간 곳은 제주에서 가장 먼저 승마체험을 시작했다는 이어도승마장.

다른 승마장보다 더 넓은 초원과 적당한 높이의 오름을 말로 거닐 수 있다고 주인장의 자찬이 이어진다. 이 곳에는 망아지를 포함해 70여 마리의 말을 보유하고 있는데, 품종은 한라마라고 한다.

복장을 갖추고 대기소로 가면 마부가 말을 끌고 온다.

안장에 오르면 초보자들은 처음 접하는 안장 높이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곧 익숙해지며 보다 높아진 시야의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현무암과 풀들이 어우러진 평지를 걷는 말 걸음에 따라 흔들흔들 전해지는 느낌이 어릴 때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은 동심을 깨운다.

 

   
 

일행의 선두로 나아가고 싶어 고삐에 힘을 줘 말의 방향을 바꾸려고 해도 고개만 돌릴 뿐 도통 앞지를 생각이 없다. ‘이럇’ 소리도 쳐보고, 발꿈치로 신호를 주고, 엉덩이를 때려도 묵묵히 자기 위치를 지킨다.
나중에 설명을 들으니, 훈련이 잘돼 있을 뿐만 아니라 앞에 가는 말이 서열이 높아 절대 추월하지 않는다고 한다. 야트막한 오름을 한 바퀴 돌 때 쯤 말이 갑자기 속보로 뛰기 시작한다. 이 역시 훈련 때문.그 위치에 오면 스스로 뛰는 것이다. 노면이 울퉁불퉁한 곳에서는 뛸 때 전해지는 불규칙한 느낌은 평지를 뛰는 것보다 더욱 짜릿하다.

말은 굴곡과 돌덩이를 피하며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빠르게 지나갔다.

오름 코스를 내려오면 원형 트랙을 몇 바퀴 더 빠르게 뛴다. 달리는 반동에 리듬을 맞추니 오히려 몸이 더 편해진다. 비록 전력 질주는 아니지만 높은 위치에서 다리 힘과 말 고삐에만 의지해 달리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다.

 

   
 

말과 인간의 교감

간혹 체험객 중에는 ‘말을 신나게 달려보고 싶다’고 덤비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름은 정비된 트랙과 달라 지면에 굴곡이 있고 현무암들이 산재한 탓에 말의 보폭이 일정치 않은데다 갑자기 튀어 오르거나 숙이는 경우가 잦아 위험하다고 한다.

때문에 중급자 이상이 아니면 오름에서 자유롭게 뛰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관리인의 설명이다.

말은 생물이다.그래서 우리가 조작하는대로 달리는 자동차와 달리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익숙해져야 한다. 간혹 말은 자신을 태운 사람이 어떤가 파악하기 위해 몸을 흔들어 그 사람의 말타는 정도를 가늠하기도 한다.

여행의 추억이 담긴 승마장

제주의 승마장은 말을 타려는 사람들이 끊임 없이 찾아 온다.

특히 지금처럼 신혼여행을 해외로 다녀오는 것이 흔치 않던 시절, 제주도는 우리나라 신혼여행의 성지나 다름없었는데 중·장년이 된 부부들이 자녀들과 함께 추억을 살리며 다시 찾아온다고 한다. 승마의 매력에 빠진 아이들도 적지 않다. 말타기에 재미를 느낀 아이들이 내리기를 거부해 다른 일정을 접고 종일 승마장에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승마에 호감을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최근에는 내륙에서도 한라마를 많이 구해간다고 한다.

말은 오래전부터 사람과 함께했다.

승마체험를 통해 말과 자연의 새로운 멋을 느껴보자.

글·사진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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