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영용 충북적십자사신임회장.  
 

대한적십자사(이하 한적) 충북지사(이하 충북한적)와 충북도의 신임 회장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불편한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60여년간의 관행을 깨고 도지사 추천후보를 회장으로 선출하지 않은 충북한적에 대해 충북도가 불만 표출 차원으로 신임회장 취임식에 불참키로 했기 때문이다.

   
▲ 이시종 충북도지사. 충청투데이 DB
◆충북도, 취임식 보이콧

2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 한적 명예회장인 이시종 지사가 오는 4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성영용(65) 신임 회장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2013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당일 오후 4시 국회에서 열리는 국제 경기대회 지원특별위원회에 참석한다는 것이 불참이유다.

박경국 행정부지사도 취임식이 열리는 시간에 내년도 주요 업무계획 보고회가 예정돼있어 참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충북도를 대표해 충북 한적 당연직 상임위원인 김경용 행정국장 역시 내부 회의를 이유로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명예회장을 비롯한 충북도 주요간부 등이 불참한 가운데 회장 취임식이 진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도가 밝힌 공식적인 일정 등은 그저 표면적 이유에 불과할 뿐, 사실상 회장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앙금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적십자사가 오랜 관행을 깨고 지사 추천 후보를 탈락시킨 것을 일부 정치권의 '이시종 지사 흔들기' 때문으로 보고 적십자사에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충북한적, 곤혹

취임식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관계개선을 위해 주력하고 있는 충북한적은 이 지사의 보이콧 소식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적이 회장 선출 과정에서의 미숙한 처리 책임을 물어 충북 한적 사무처장을 경질하면서 유화 제스처를 취했지만, 이 지사의 마음을 움직이는데는 별 소득이 없었다.

성영용 회장 역시 취임식 전 당선자 자격으로 이 지사에 대한 예방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성 회장은 지난달 31일 이 지사를 찾아 그동안의 잡음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하고, 취임식 참석을 당부하려했다. 하지만 이 지사의 태풍 피해 현장 방문 등 빠듯한 일정 때문에 불발됐다.

성 회장은 3일 이 지사를 예방해 직접 초청장을 전달할 계획이지만, 전날인 2일까지 도에서 예방일정에 대한 통보가 오지 않아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도의 한 관계자는 "도지사 추천 후보 추대라는 관행을 깨고 경선을 열어 다른 인사가 회장에 선출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는데, 취임식에 참석할 마음이 있겠느냐"고 전했다.

앞서 도는 지난달 29일 "적십자사가 도와의 약속을 어기고 회장을 일방적으로 인준했다. 이 과정에서 적십자사 중앙회에 정치적 외압이 작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도와 충북 한적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편, 충북도는 적십자사의 요청에 따라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를 회장 후보로 추천했으나 충북 한적은 지난달 9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관행을 깨고 경선을 시행, 성 회장을 신임회장 후보로 선출했다.

논란이 일자 도와 한적은 '제3의 인물'을 회장으로 뽑는 방안을 협의했고, 남 전 교수가 지난달 28일 자진사퇴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적이 다음 날인 29일 성 회장을 인준하면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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