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후 20개월된 아이를 둔 주부 박모(33·대전시 서구) 씨는 다음날 나올 전기요금 걱정에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최근 폭염이 계속되는 동안 땀띠에 고생하는 아이 때문에 에어컨을 켜두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요금이 걱정이 되긴 했지만 너무 더웠던 탓에 어쩔 수 없이 하루 5시간 이상, 많게는 10시간 씩 에어컨을 켰던 만큼 앞으로 나올 요금이 크게 부담되고 있다.

#2. 직장인 김모(41·대전시 대덕구) 씨는 전기요금 걱정을 하는 아내를 보면서 함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새벽 내내 에어컨을 켠채 런던 올림픽을 시청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에어컨 가동 시간을 늘렸다가 평소 3배가 넘는 전기요금 때문에 아내에게 핀잔을 들었던 생각을하면 이번에도 아내의 잔소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가을장마와 태풍 등 영향으로 전국이 35도를 오르내리던 폭염의 기세가 한 풀 꺾이면서 예년에 비해 에어컨 가동시간을 크게 늘렸던 서민가계의 '요금폭탄' 걱정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 가정들이 평년에 비해 크게 더웠던 탓에 에어컨 가동시간을 늘렸던 데다 이달 초 가정용을 포함한 전기요금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용 전기요금의 경우 일정사용량이 넘을 경우 누진폭이 커 평상시보다 많게는 5배 이상 높은 '요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의 경우 1㎾h당 0~100㎾h는 57.9원, 101~200㎾h는 120.2원, 201~300㎾h는 179원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301~400㎾h부터는 ㎾h당 267.8원으로 크게 오르고 401~500㎾h는 398.7원, 500㎾h 초과는 무려 677.3원이 적용된다. 사용구간에 따라 6단계 누진이 적용되면 크게는 11배까지 요금이 비싸지는 셈이다.

지난해 전국 평균 가정의 전기사용량이 242㎾h였던 점을 감안하면 각 가정에서 하루 10시간씩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 추가로 300㎾h(에어컨 용량 1㎾h 기준)가 발생, 총소비량이 542㎾h가 된다. 이 경우 전기요금은 월 3만 원에서 월 16만 원으로 무려 5배 이상 높아진다.

하루 에어컨 가동시간을 5시간으로 계산해도 전기요금은 7만 원을 훌쩍 넘게 된다.

평소 2만~3만 원의 요금을 내던 가정에서는 충분히 '요금폭탄'으로 느껴질만한 수치이다. 이에 따라 8월 한 달간 사용요금 고지서가 발행되는 9월 중순경 크게 늘어난 요금에 울상을 짓는 가정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에어컨 사용이 많으면 누진제 적용을 받아 많은 요금이 부과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요금인상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 "주택용의 경우 요금외에는 달리 수요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누진제를 적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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