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적십자사가 성영용 당선자를 회장으로 인준해 준 것과 관련해 29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박경국 충북도 행정부지사가 유감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

대한적십자사(이하 한적) 충북지사(이하 충북한적) 신임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급기야 충북도와 한적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적이 성영용 충북한적 신임 회장을 인준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29일 충북도가 인준과정에 대해 '정치적 외압의혹'을 제기하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서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장 인준권을 갖고 있는 한적이 내부적인 검토를 거쳐 신임 회장을 추인한 상황에서 지역화합을 위한 대승적 관점으로 갈등을 봉합해야 할 충북도가 또다시 분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이 일고 있다.

◆“정치적 외압 의심된다”

박경국 행정부지사는 이날 오후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충북 한적 회장을 선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적에 정치적 외압이 작용한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부지사는 "한적 총재와 사무총장이 지난 23일과 27일 이시종 지사와 전화 통화를 통해 '제3의 인물'을 회장으로 선출하겠다고 확약해놓고 지난 28일 일방적으로 인준을 통보해 도와의 약속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박 부지사는 외압의 실체를 묻는 질문에는 "한적이 약속을 어기는 과정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미"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충북 한적 회장 선출과 관련해 상식도 통하지 않는 변칙적인 밀실 선출과 신뢰를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친 인준 결정은 적십자사의 최고 덕목으로 삼아야 할 공평과 정치적 중립이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어서 개탄스럽다"고 비난했다. 충북도가 충북 한적 회장 인준이 발표된 다음 날 즉각적으로 이를 비난하는 태도를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앞으로 적십자사와의 갈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선출절차 부당” vs “문제없다”

박 부지사는 이날 충북한적 상임위원회가 신임 회장 선출을 위해 실시한 경선과 관련해 절차상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한적이 충북한적 명예회장인 이시종 지사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아 1개월여 심사 과정을 거쳐 사전 인준을 마친 상태였다"며 "상임위원회가 갑자기 경선으로 변경해 변칙적으로 회장 후보를 뽑은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부지사는 “당일 경선이 실시된데다, 경선참여 대상에 (도가 추천한 남기창 전 청주대교수를 제외하고) 성 당선자에게만 기회를 부여해 표결에 붙인 것은 상식의 수준을 넘어 권한남용”이라며 상임위원회를 싸잡아 비난했다.

박 부지사는 경선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일부 상임위원들이 이견이 있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 전 교수의 만장일치 추대가 어렵다고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선 전날 충북한적에서 남 전 교수에게 경선가능성을 설명하며 정견발표와 회의참석을 요청했으나, 남 전 교수가 이를 거부해 경선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박 부지사의 주장은 모순이 있다는 게 적십자 안팎의 중론이다.

충북도를 대표해 당연직 상임위원직을 맡고 있는 김경용 도 행정국장이 경선진행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표결을 반대하지 않은 채 투표를 했다는 점도 절차부당을 내세우는 도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 대목이다.

◆“충북도가 갈등 부추기는 꼴”

충북도 산하기관도 아닌 순수한 구호지원 단체인 충북한적의 회장선출을 놓고 도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많다.

도의 감정대응 배경에는 이 지사의 불편한 심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1949년 충북한적 설립이래 60년 이상 충북도의 추천인사가 회장으로 추대됐던 관행이 깨지면서 이시종 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남 전 교수가 경선에서 패한 점은 이 지사에게 지우고 싶은 상처를 준 결과가 됐다.

박경국 부지사 등 도청 고위간부들이 한적을 직접 찾아 부정적 입장을 전하는 등 사실상의 ‘압력’을 넣으면서까지 성 당선자의 선출을 무효화하려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 역시 이 지사에게는 정치적 타격을 준 셈이다.

이는 한적의 추인 결정을 전면으로 비난하며 갈등을 이어가기보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포용하는 방향으로 논란을 잠재우는 것이 이 지사가 추락한 정치력을 회복할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한적본사에서 성영용 당선자를 회장으로 인준한 상황에서 충북도가 또다시 감정대응을 해서 얻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행정·정무라인을 재정비해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도가 갈등을 재점화하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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