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야산 곳곳에 바짝 마른 폐목과 잡초 등이 쌓인 채 방치되고 있어 조그만 불씨에도 큰 화마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일 경남 창녕 화왕산에서는 ‘억새 태우기 행사’ 도중 불길이 갑자기 관람객들을 덮쳐 4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화재는 행사를 마치고 잔불정리를 하던 중 갑자기 불어 닥친 강한 바람에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또 억새풀을 베기만 했지 치우지 않은 것도 화마를 키웠다. 이는 오랜 가뭄에 바짝 마른 억새풀은 불씨가 옮겨 붙기에 최적의 상태였기 때문이다.

18일 오전 10시, 대전 유성구 반석동 한 야산 곳곳에는 마른 폐목과 풀, 잡초 등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방치된 폐목 등은 오랜 가뭄으로 바짝 말라 있었고 베여진 풀 등은 손으로 살짝 만지기만 해도 부스러질 정도로 물기가 전혀 없었다.

   
▲ 겨울가뭄으로 조그만 불씨에도 큰 화재로 번질 위험성이 있는 가운데 18일 대전시 유성구 반석동 한 야산에 폐목들이 방치 돼 있다. 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동영상 cctoday.co.kr 허만진 영상기자
이처럼 방치된 폐목 등은 야산 밑에만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중턱에도 군데군데 모여 있어 자칫 조그만 불씨에도 산 전체가 화마에 휩싸일 가능성이 놓아 보였다.

또 동구 식장산도 올라가는 임도 중간 중간에 수목간 적정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솎아낸 나뭇가지와 잡초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나마 유명 등산로여서 일정지역에 모여 있거나 치워져 있어 야산보다 산불 위험이 적어보였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등산객 김 모(56) 씨는 "산행을 좋아해 이곳 저곳을 다니지만 군데군데 모여 있는 폐목 등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며 "지난 화왕산 화재도 억새풀을 베기만 하고 치우지 않아 큰 화재로 번졌다고 하는데 이렇게 모아둔 폐목 등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든다"고 걱정했다.

이처럼 솎아내기 사업으로 폐목 등이 한 군데 모여 있는 모습은 유성구 방현동, 탑립동 야산은 물론이고 동구 비래동, 비룡동, 세천동 등 대전지역 모든 야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구청 관계자는 "모아둔 폐목 등이 자칫 산불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요 등산로의 경우 산재물을 일정구역별로 모아두고 있다"며 "하지만 그 외 지역의 경우는 개인 소유도 있고 예산과 인력이 한정돼 산재물을 수집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전지역 산·들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68건으로 2007년보다 화재건수는 9.7%, 피해 면적은 23.6%가 증가했다.

장소별로 세분화하면 평지에서 24건, 산 아래 23건, 산중턱 14건, 정상부분에서 6건 등의 순으로 발생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요즘 같이 건조한 날씨에는 한 군데 모여 있는 바싹 마른 낙엽 및 나뭇가지 등이 강한 바람으로 인해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큰 불로 번질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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