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상-언제까지 당해야하나
중-진화하는 피싱 무방비
하-이제 정부가 나서야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하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찰 등 수사당국에 맡겨놓는 것에 한계가 있을 만큼 국내에서 활동하는 인출책 등 ‘꼬리’가 아닌 ‘몸통’을 검거할 수 있도록 중국 공안 등 국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녀의 생명을 볼모로 범행을 저지른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고통이 크고 회복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처벌수위 강화 등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목숨 담보 ‘그놈 목소리’…피해회복 오래 걸리지만 처벌 미약

경찰과 금감원 등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들은 흔히 ‘마가 씌었다’는 표현을 쓰면서 자신을 탓하거나 속아 넘어간 자신을 지나치게 질책하는 등 매우 다양한 피해사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9년 경남 진해에서 보이스피싱으로 등록금을 사기당한 여대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은 보이스피싱을 당한 이후 그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찰청과 법률구조공단이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 등을 도와주는 ‘원스톱 구조 절차’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피해를 보상해줄 뿐 정신적 피해회복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고통스럽게 다가오는 정신적 피해회복을 위해 대응기관의 피해자 분석과 치료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미약한 처벌수위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현행 피싱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과 사기죄 등 다양하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으로부터 파생되는 범죄 자체가 사이버와 대출, 개인정보 등 여러 개로 쪼개지면서 처벌 단계가 복잡한 게 현실이다.

또한 설사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사기죄 등으로 법정에 섰더라도 단순 사기죄가 적용된 재판을 받는다는 점은 하루빨리 뿌리 뽑아야 할 악질 범죄를 되레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징역형을 명시한 정보통신망 관련법이 다른 나라 인터넷과 사이버 범죄 처벌 수준에 비교해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물리적인 범죄에 비해 국민정서상 낮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피싱 행위에 따른 피해 정도 등에 따라 처벌수위를 세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안 등 국가 차원 협조체계 마련 절실

지난 6월 중국 공안당국은 랴오닝 등 5개 성에서 한국인 51명을 포함해 보이스피싱 조직원 235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지난달에도 5개 보이스피싱 조직 조직원 68명을 검거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검거되는 보이스피싱 조직 대부분이 몸통이 아닌 인출책 정도의 꼬리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을 소탕하는데 국가 차원의 협조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보이스피싱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 대응의 필요성은 다른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보다 먼저 전화사기 범죄로 몸살을 앓던 대만은 금융시스템 개선과 강력한 단속 의지로 피해를 대폭 줄여나갈 수 있었다.

실제 대만에서 전화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대 말. 모든 가정이 사기전화를 한 번씩은 경험할 정도로 보이스피싱은 대만의 고질적인 범죄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만정부는 2004년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통화 도중 버튼만 누르면 경찰이 실시간 통화 내용을 감청함으로써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고, 휴대전화 가입자들에게는 수시로 주의 메시지를 보내 갈수록 교묘해지는 사기단의 수법을 알려나갔다. 전화사기 근절을 위해 대부분의 정부 부처가 동원된 것이다. 대만정부의 이런 노력은 신고센터로 하루 1만 2000건에 달하던 보이스피싱 범죄를 2000건 정도로 대폭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보이스피싱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중국에 점조직으로 퍼져있는 보이스피싱 조직들도 우리나라를 ‘봉’으로 여기고 하루에도 수백~수천 통의 전화를 한국으로 걸고 있다. 따라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보이스피싱을 더이상 경찰에게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전담수사처를 신설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끝>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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