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호 태풍 '볼라벤'이 몰고온 강풍으로 28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에 위치한 한 골프연습장의 철골구조물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초강력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28일 충북 등 충청권에도 영향을 주면서 강풍으로 인한 시설물 낙하 등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천연기념물인 충북 보은군 '정이품송'과 괴산군 '왕소나무'가 잇따라 훼손됐고, 충주시와 영동군 일부 지역에서는 수확을 앞둔 과일이 떨어지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청주기상대에 따르면 28일 오후 3시 40분 현재 영동군 추풍령면, 옥천군, 괴산군 청천면, 충주시에 순간 최대풍속 초속 17∼25.8m의 강풍이 불어닥쳤다.

 

   
▲ 28일 천연기념물 290호로 지정된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의 ‘왕소나무’(王松·일명 용송(龍松))가 뿌리째 뽑히는 피해를 입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간판 택시덮쳐 시민 부상

순간 초속 40m의 강풍을 동반한 태풍 볼라벤은 서해안을 지나 북상하면서 충북지역에 온종일 세찬 바람을 몰아쳤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6시경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옛 연초제조창 정문에 설치돼있던 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간판이 떨어지면서 주차돼있던 택시를 덮쳤다. 이 사고로 택시 옆을 지나던 시민 3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대전·충남지역에서는 낮 12시 13분경 서천군 한산면 나교리 한 단독주택 옥상에서 정모(73·여) 씨가 4m 높이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서 씨는 옥상에서 고추 말리는 건조기에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하던 도중 강한 바람에 건조기와 함께 추락했다. 오전 11시 45분경 태안군 고남면에서는 김모(69) 씨가 정박해둔 배를 보러갔다가 돌풍에 넘어지면서 머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28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모충동 한 빌라의 옥상 구조물이 강풍에 아래로 떨어지면서 주차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정이품송 등 낙하피해 속출

오전 9시 30분경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 가지 1개가 부러졌다. 이 가지는 서쪽으로 뻗어 있는 지름 18㎝, 길이 4.5m가량 되는 비교적 큰 가지다.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의 '왕소나무'(천연기념물 제290호)도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뿌리가 뽑힌 채 쓰러졌다. 수령 600여 년으로 추정되는 이 소나무는 키 12.5m, 둘레 4.7m에 이르는 거목이다. 충북기념물 제5호인 청주 중앙공원 내 '압각수(鴨脚樹)' 가지 3개도 부러졌다. 수령이 900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은행나무는 높이 30m, 밑 둘레 8m다.

대표적인 유원지인 청원군 미원면 금관숲에서도 직경 1m가 넘는 큰 나무가 뿌리째 뽑혔고 크고 작은 나무 10여 그루가 넘어졌다. 청주시와 청원군 등 9개 시·군 48곳에서 가로수가 쓰러져 도로가 한때 통제되기도 했다. 간판이나 지붕이 파손되거나 유리창이 깨졌다는 피해 신고도 34건 접수됐다. 충주 연수동 한 가정집 지붕이 강풍을 이기지 못해 날아가고, 수안보면사무소 청사 벽면도 파손돼 2000만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보은에서는 수정초의 높이 1.5m, 길이 40m에 이르는 철구조물 담이 무너져 1800여만 원(보은교육청 추산) 피해를 입는 등 도내 9개 학교에서 시설물 일부가 파손됐다. 또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의 한 골프연습장의 철제 골조물이 이날 오전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 28일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한 국도변에서 강풍에 나무 도복사고가 일어나 이 곳을 지나는 차량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가로수가 전깃줄 덮쳐 정전

영동군 상촌·용화면 일대 2000여 가구 주민들은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계속된 정전에 불편을 겪었다. 정전 사고는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전력설비를 덮치는 바람에 일어났다.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에서는 강풍에 날린 건설현장 가림막 때문에 전봇대 전선이 끊겨 177가구가 정전되기도 했다.

한전 측은 직원들을 투입해 설비를 복구하고 나서 2시간여 만에 전력 공급을 재개했다. 충남 청양군에서도 오전 9시30분경 정산면 마치리의 소나무가 쓰러지며 전선을 덮쳐 일대 150가구가 정전됐다.

오후 1시경에는 태안군 태안읍 남문4거리 일대에서는 강풍에 고압선이 끊어져 이 일대 300여가구에 50여분간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과수 농가 쑥대밭

과수 농가의 피해도 잇따랐다. 충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6개 시·군 198.9㏊의 농지에 피해가 발생했다. 영동군 영동읍 부용리 정모(77) 씨의 포도밭(3300㎡)이 이날 불어닥친 강풍에 쑥대밭이 됐다. 인근 매천리 세심길마을의 '배목 작목반' 36농가의 배밭도 피해를 비켜가지 못했다.

김모(55) 씨 부부의 1만 5000㎡ 배밭은 이날 강풍으로 막 영글기 시작한 배가 40%가량 낙과했다. 충주에서도 살미면 공이리 권모(53) 씨의 8000여㎡ 규모 복숭아 과수원은 수확에 나선 복숭아가 모두 떨어졌다.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배 과수원 2곳도 60%의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한편, 이날 도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특수학교는 일제히 임시 휴업했다. 충북도교육청은 고등학교에 대해서는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휴업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도내 83개 고교 가운데 충주 한림디자인고 등 10개 고교가 이날 임시 휴업했다. 청주 일신여고는 등교 시간을 오전 10시로 조정했고, 충주농고는 2교시를 마친 후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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