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이하 한적)가 성영용 충북지사 회장 당선자를 인준하면서 지역의 핫이슈로 떠올랐던 회장선출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한적, 신임 회장 추인

한적은 28일 한적 충북지사(이하 충북 한적) 성영용 회장 당선자를 인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성 신임 회장은 이날부터 2015년 8월 27일까지 3년간 충북한적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한적 관계자는 "한적은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야 봉사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준 여부를 고민해 왔다"며 "그러나 선출 절차에서 특별하게 문제 삼을 여지가 없어 인준했다"고 밝혔다. 성 회장의 취임식은 다음 달 9일 경 열릴 예정이다.

◆추인배경에 각종 추측 난무

성 당선자에 대한 한적의 추인배경을 놓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적은 지난 9일 충북한적 상임위원회가 경선을 통해 선출한 성 당선자에 대한 인준요청을 받고도 계속 미뤄왔다. 이시종 지사가 경선절차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충북한적이 해마다 모금하는 성금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충북도의 협조와 지원이 절대적인 점에서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됐다고 해도 무작정 성 당선자의 손을 들어줄 수는 없는 처지였다. 적십자 안팎에서는 한적이 일시적인 비난과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명확한 입장을 밝혀 이번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한적이 인준이냐, 부결이냐라는 선택의 기로에 선 상황에서 이 지사로부터 추천받은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가 돌연 추천자 자격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이 한적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적의 인준결정을 놓고 충북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의 부정적 입장을 수용해 성 당선자의 인준이 부결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치단체와의 유대관계가 필수적인 한적 입장에서 과연 도와의 사전협의없이 단독적인 인준결정을 내렸겠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지역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이 지사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대승적 차원의 양보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韓赤, 구조적문제 수술해야

이번 논란을 통해 드러난 한적의 구조적 문제를 이번 기회에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적십자 회비 모금은 일선 이장과 통장들이 지로 용지를 각 가구에 나눠주고 납부를 독려해 이뤄진다. 모금액이 예상보다 적어 미납자에게 지로용지를 2∼3차례 더 배부하는 일도 이장과 통장들의 몫이다.

이런 방식으로 모금된 성금이 충북 한적 한해 모금액의 91%에 달한다. 국제적 구호기구인 한적이 자치단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한적 내부에서조차 이제라도 지자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성금 모금 방식을 바꿔 내부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장선출 등 한적 정관도 시급히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적 정관에는 ‘상임위원회가 회장을 선출하고, 총재가 인준한다’고 규정했을 뿐, 선출방식과 인준시한 등에 대해선 전혀 명시돼있지 않다. 부실한 정관이 이번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충북도 추천 관행 사라져야

자치단체의 후보 추천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순수한 구호 지원 단체인 충북 한적 회장 자리를 마치 지방자치단체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행태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가 추천한 남기창 전 교수는 이시종 지사 당선 직후 구성된 민선 5기 충북도정 기획단장을 맡았고, 민주통합당 주요 당직을 겸했던 인물이다. 이 지사가 남 전 교수를 충북 한적 회장으로 추천한 것 자체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보은인사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앞서 최근 퇴임한 김영회 전 회장 역시 정우택 전 지사의 '지사 직무 인수위원장'을 맡은 뒤 2006년 8월 도 추천으로 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제26대 회장에 선출됐고 3년 임기를 마친 2009년 8월 도의 추천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결국 충북한적이 독립적인 순수한 재난구호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선 지자체의 회장 추천 관행부터 사라져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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