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2일 서울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1일 경남 봉화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만난 데 이어 22일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잇달아 예방했다.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한 박 후보는 “나라가 발전과 도약을 하고 국민이 행복해지려면 대통합이 필요하다”며 “대통합을 이뤄나가는 것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박 후보에게 “앞으로 많은 산을 넘어야 할 텐데 잘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이어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이 여사가 “여성의 지위가 법적으로 많이 향상됐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며 “대통령이 되시면 여성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박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그동안 자신과 대립각을 세웠거나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인물을 찾아가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박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 직전 탄핵 문제로 대립했었다. 2007년 1월에는 노 전 대통령을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평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달 당시 당내 대선 예비 후보였던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박 후보를 지칭해 '칠푼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이희호 여사는 유신정권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다. 박 후보의 이 같은 행보는 박 후보가 후보 수락연설에서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겠다”고 강조한 국민 대통합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민주당은 박 후보의 행보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후보는 5·16이나 유신을 ‘과거 얘기’라며 언급하지 않을 것을 고집한다”며 “이처럼 역사인식 없는 후보를 빅토리아, 엘리자베스 여왕에 비유하는 새누리당을 보면서 봉건왕조시대로 돌아간 게 아닌가 싶다”고 비난했다. 전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과거 대영제국이 자리 잡을 때 빅토리아,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라는 걸출한 여왕들의 시대가 있었다”는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김한길·추미애 최고위원도 “보기 좋은 그림이었지만 영전 앞에 꽃을 바치는 것만으로는 사회통합이 실현될 것 같지 않다”며 “아픈 과거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반성, 사죄가 없는 한 박 후보가 이끌고 싶어 하는 미래가 불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박 후보가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 여사의 덕담은 그저 덕담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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