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24평형 아파트에 사는 결혼 2년차 직장인 이모(30) 씨는 올 가을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4000만 원이나 올려달라고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2년 전 8000만 원 했던 전세금이 절반이나 껑충 오른 셈이다.

그렇다고 방을 뺄 수도 없다.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 전세시세가 지역마다 거의 같은 수준인데다 전세물건 마저도 워낙 귀한 상황이다. 이 씨는 "당장 이사를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추가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 "대출이 되더라도 이자부담에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농수산물, 가공식품, 대중교통 등 생활물가가 일제히 오르며 가계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가을 전세가격마저 들썩이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충북 청주지역의 경우 전세금 인상률이 전국 최고수준을 기록하며 전세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의 부담이 커졌다.

22일 청주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지역내 20평형대 아파트 전세가격은 1억~1억 2000만 원으로 2년 전 7000만~8000만 원보다 평균 4000만 원 가량 상승했다. 30평형대 아파트 전세 시세 역시 2년 전 1억 3000만~4000만 원에서 4000만 원 가량 오른 1억 8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 금액으로만 따지면 2년 전과 비교한 서울지역 평균 전셋값 추가비용 4357만 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더욱이 상승률로 환산하면 서울지역은 20%인 반면 청주지역은 이보다 훨씬 많은 40%나 올랐다. 전국 평균 재계약시 추가비용 2864만 원(상승률 23%)과 비교해봐도 거의 2배 수준에 가깝다.

이렇다보니 일부에선 급증한 전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오른 전세금만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가 늘고 있지만 월세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보통 업계에서는 은행 정기예금이자율이 4%대인 반면 월세전환율은 7~8%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상당수의 임대인들 사이에선 반전세 적용시 월세금을 오른 전세금 1000만 원 당 10만 원 정도로 책정해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청주지역 세입자의 경우 현재 시세를 감안하면 반전세로 전환하더라도 매달 30만~40만 원 가량의 월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최근 반전세로 전환해 전세 재계약을 한 박모(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씨는 "집주인이 1부 이자를 적용해 월 35만 원의 높은 월세를 요구했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조건을 받아들여 재계약을 했다"며 "결국 전세자금 대출 이자율과 비교했을 때 2년 동안 400만 원 이상을 손해 볼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이와 관련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재계약을 앞둔 청주지역 세입자들의 경우 상당 금액의 추가 전세금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다만 임대인들도 지역 임대차 동향을 파악하고 적정수준의 요구를 해야만 향후 전세시장 전반의 안정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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