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선출 문제로 갈등을 겪은 적십자사 충북지사의 진통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초 예정했던 새 회장 취임식이 연기되면서 충북도와의 갈등에다 대한적십자사 '인준'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적십자사는 이달 초 상임위원회를 열고 경선으로 성영용 상임위원(전 충북도교육위의장)을 차기 회장에 선출했다. 이 경선에서 충북도가 추천한 인사는 큰 표차이로 낙선했다. 회장 선출을 위한 경선도 이례적이고 ‘충북적십자사 명예회장’인 이시종 지사의 추천을 받은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가 낙선하는 이변이 연출됐던 것.

그동안 충북적십자사는 명예회장인 도지사가 단수 후보를 추천하면 상임위원회가 이를 받아 추대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도지사 추천 인사의 낙마와 관련해 지역에서는 ‘이시종 지사의 정치적 입지가 타격을 입었다’는 전망들이 쏟아졌다.

충북도의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한 대한적십자사가 성 당선자에 대한 인준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충북도는 충북적십자에 금전적인 지원은 하지 않지만 지역 지자체를 통해 적십자회비 지로 배포 등을 돕고 있다.

1년 예산이 15억 원 안팎인 충북적십자 입장에서 충북도가 비협조로 나올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것이 현실이다. 적십자사가 성 당선자에 대한 회장 인준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실제 충북적십자는 김영회 회장과 성 당선자의 이·취임식 일정을 지난 17일로 잡았다가 취임식을 연기하고, 이임식 일정만 20일 오후로 조정했다. 충북적십자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충북을 방문했던 본사 간부가 일부 대의원에게 ‘(성 당선자의)인준이 쉽지 않을 것’이란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선출을 보고한 후 통상적으로 7~10일 소요되는데 예상외로 늦어지고 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가운데 20일 김영회 회장 이임식에 적십자사 고경석 사무총장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져 신임 회장 인준을 둘러싼 논란이 새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고 총장이 대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총재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높고 이임식에 참석할 예정인 이 지사와 고 총장이 이번 일과 관련해 수습책 논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성 당선자의 회장 취임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준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임위원회에서 성 당선자를 선택한 대위원들의 불만도 또 다른 논쟁을 일으킬 전망이다. 적십자사 정관에 따르면 ‘회장은 상임위원회에서 선출하고 총재가 인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재가 인준을 거부하는 경우 성 당선자의 선출은 ‘무효’가 된다. 인준이 거부되면 충북지사는 상임위를 다시 열어 재선출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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