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은 최근 경쟁력 약화와 주변환경 변화 등으로 개원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가장 먼저 인접한 세종시에 충남대 병원이 분원 유치를 확정해 지역 환자 유출 등으로 파생될 ‘병원 양극화’가 우려되고 있다. 또 산적한 노사갈등 현안, 만년 적자를 기록하는 열악한 수익 구조 등도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외향적 서비스 개선만으로는 안된다

충북대병원은 지난 1월 최재운 원장 취임과 동시에 의료서비스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각 과별 진료 전문화와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의 환자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당직전문의를 확대 배치하고 지난 1971년 개원 이후 단 한번도 개·보수 하지 않은 외래 원무과 입구 등에 대해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족한 진료실을 증설키 위해 종전 인공신장실을 외래 진료실로 전환하는 공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서비스개선 의지만으로는 병원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매년 적자를 거듭하는 비효율적인 병원 운영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충북대는 그동안 정부가 지정한 지역거점의료기관의 명패를 방패삼아 방만 경영을 일삼았다.

지난달 1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13개 국립대병원 손익 분석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충북대병원은 지난 해 의료적자 104억 6400만 원, 당기순손실 88억 2800만 원을 기록하는 등 열악한 재정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해법은 진료의 차별성이다. 충북대병원은 3급 의료기관으로 타 대학병원과 차별성을 찾기는 어렵지만 특화된 진료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충북대의 경우 암센터와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 등이 존재한다. 충북지역 환자들의 수도권 진료는 중증환자가 대부분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대형병원들이 있는 서울행을 고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십억 원의 정부 예산을 유치해 설립한 암센터 등 특화 의료서비스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통합 의료정보시스템 구축, 홍보활동 강화,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시스템과 제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협력병원과의 유기적인 관계 발전과 병원의 외연 확대, 위상 강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노사 갈등 봉합 최우선

심각한 노사갈등도 병원의 체질개선을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난제다. 사실 충북대 병원의 노사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병원은 지난 2001년 의료파업 당시 150일간 파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후 노사간 큰 마찰은 없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일례로 최근 병원은 서비스 개선을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친절교육’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이를 노동 착취 개념으로 해석해 노조원들에게 교육 불참을 지시했다.

이에 병원은 ‘비 근무시간을 이용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노조 측에 전달했지만 ‘시간 외 수당이 지급되지 않으면 참석 할 수 없다’고 병원에 통보했다. 경영실적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충북대병원의 폐쇄적 노사관계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매년 분석되는 경영실적을 조합원들에게 공개하지 말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결국 경영실적은 비노조원에 한정해 이메일로 통보되고 있다.

이 같은 노사 간 갈등은 결국 환자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환자들은 병원을 외면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대전대 이정우 병원경영학과 교수는 “노사갈등은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방법이 없다”며 “충북대의 경우 충남대 세종분원이 설치될 경우 환자 뺏기기는 불 보듯 뻔하다.

현재의 노사관계가 지속된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단기적인 전략이 아닌 구성원들이 서로 위기 의식을 갖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끝>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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