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을 타지에 보내고 대전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김 모(82·중구 선화동) 씨는 늘 빠듯한 생활비가 걱정이었다. 매월 나오는 노령연금으로는 생활비 부담이 너무 컸고, 매번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김 씨는 고민 끝에 지난 2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시행 중인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7500만 원짜리 집을 담보로 종신지급 감소형 연금상품을 선택했고, 지금은 매월 45만 원씩 통장에 들어온다. 김 씨는 “매월 월급타는 기분이여서 생활이 행복하다”며 “아이들에게 손을 벌리기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앞으로 생활비 걱정을 덜 수 있어 안심”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집을 담보로 생활비를 대출받는 주택연금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향후 가입조건이 완화될 예정이어서 주택연금 증가세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16일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충남지사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주택연금 출시 이후 현재(7월 말 기준)까지 대전·충남지역에서 가입된 건수는 381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대전이 268건으로 전국의 2.7%를 차지하고 있으며, 충남은 113건으로 1.1%를 기록 중이다.

출시 초기인 2007년에는 대전에서 21건, 충남은 3건 만이 가입됐지만 이후 해마다 늘어나면서 올해(7월 말)에는 대전 52건, 충남 26건 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승기류에 주택연금은 지난 7일 전국에서 1만 번째 가입자가 나왔다.

주택연금은 소유 주택을 담보로 장기간의 분할 대출을 받는 상품으로 역모기지론의 일종이다. 주택연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고령층 사이에서 자녀에게 노후생활을 의지하지 않으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렇다 보니 자녀 부양 등의 이유로 개인연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노후를 맞이한 노인들에게 주택연금이 큰 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전문가들은 요즘과 같은 집값 하락 시기에는 주택연금에 서둘러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향후 주택가격이 변경되더라도 가입시점에 결정된 월 지급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과거처럼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이라면 주택 연금가입으로 큰 손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주택 가격의 잔존가치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서둘러 가입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