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주 1건도 못할 판인데 공사비 따지다가는 내년에 문 닫을지도 몰라요.”

“실적이라는 걸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니 아무리 공사비가 적어도 달려들어야죠.”

최근 대전지역 건설업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건설사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지역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건설업계가 실적을 얻기 위해 공사비보다 공사 건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는 예상 사업비가 1억 원이 안되는 공사라도 서로 수주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발주된 지역제한 공공공사는 14건으로, 이 가운데 4건이 1순위 공사비가 1억 원 미만인 소형공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공사 수주를 위해 많은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 마치 대형공사 입찰을 방불케 했다고 귀띔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전지역 내 워낙 많은 업체들이 1건의 수주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비를 따지며 느긋하게 기회를 기다릴 수 없다는 걱정이 드러난 것”이라며 “실적이 없으면 자금이 돌지 않기 때문에 중소업체들 사이에서는 소형 공사라도 어떻게든 수주하려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단 1건도 수주하지 못한 건설사들은 자금압박 심화로 인해 운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발주량이 대전지역 내 등록된 건설업체 수의 3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이는 건설사 3곳 중 2곳은 올해 단 1건의 공사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주를 못하게 되면 은행권 대출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실적이 없어 내년을 기약할 수도 없기 때문에 소형 공사일지라도 우선 수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은 지역 건설업이 타 시·도에 비해 크게 침체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조달청이 발표한 ‘조달청 주간 입찰동향’을 보면 올해 대전지역 입찰건수는 80건으로, 전국 중위권(10위) 수준이지만 입찰 금액은 610억 원으로 16개 광역지자체 중 최하위를 기록중이다.

입찰금액 15위인 대구(1142억 원)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공사 당 단가 역시 타 시·도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이다.

조달청 자료를 단순 계산할 때 대전지역의 올해 지역제한 공공공사 공사건수 당 평균 공사비는 7억 6300만 원으로 15위인 서울(11억 2200만 원)과 3억 원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또 1위인 울산(82억 1600만 원), 2위인 충남(77억 8900만 원) 등 상위권과는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지역 건설업계 침체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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