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신임 회장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충북도의 ‘코드인사 불발’이 이시종 지사의 정치력 추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측근들의 능력과 전문성에 대한 여론, 임용시 내부반발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인사가 됐어야 했는데도, 일방적 보은인사에 치중하면서 되레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실시된 적십자사 충북지사 제28대 회장 선거에서 상임위원 15명이 투표에 참석, 성영용 전 충북도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0표를 얻어 이 지사가 추천한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5표)를 제치고 선출됐다.

남 전 교수는 이 지사의 지시에 따라 충북도가, 성 전 위원장은 일부 상임위원이 추천했다. 적십자사 회장은 그동안 상임위원회와 도가 조율해 추대 형식으로 선출했으며, 각종 지원 등으로 도에서 추천한 인사가 대부분 선출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낙선한 남 교수는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이시종 지사의 선거캠프에서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당선직후에는 인수기구로 구성한 '민선 5기 충북도정 기획단장'을 맡는 등 이 지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 중 한명이다.

결국 이번 회장 선출과정은 적십자사 상임위원회가 이 지사의 의중이 전적으로 반영된 남 전 교수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이 지사의 코드인사 시도가 무위에 그친 셈이다.

이번 일로 인해 그동안 수차례 논란을 불러왔던 이 지사의 측근인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선 5기 출범 이후 이 지사의 핵심 측근에 대한 인사기용을 보면 '집사'로 알려진 백상진 씨가 3년 임기의 도 대외협력관(3급 상당·가급 전임계약직)에, 선거캠프에서 공약개발을 담당했던 김문종 씨가 정책보좌관(5급 상당)에 임명됐다. 지사가 당연직 이사장인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에 선거캠프 대변인을 지낸 박종천 씨, 충북학사 원장에 자문 역할을 수행하던 김지학 씨가 각각 임용됐다.

특히 산하 또는 출현기관장으론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의 전무이사에는 주재선 씨가, 오창과학산업단지관리공단 전무이사에는 김현상 씨가 선임됐다. 주 씨는 6·2선거 때 이 지사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김 씨는 민주당 충북도당 사무처장을 지낸 인물로,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또 충북청풍명월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에 선거캠프에서 유세를 담당했던 오병용 씨를 기용했다.

문제는 이 지사 측근들이 차지한 자리 가운데 보좌관 등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 인사가 해당분야와 무관한 경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일부인사들은 이 지사와 잦은 독대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기인사 때마다 공무원들의 '줄대기'가 성행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로서 선거로인한 논공행상은 불가피하지만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측근들의 적절한 기용이 아닌 오로지 선거공신에 대한 보은성 인사가 관행처럼 이뤄지다보니 결국 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 선출과 같은 파행이 불거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청 공무원들의 낙하산 인사도 반복되는 문제 중 하나다. 최근 공모한 개방형 직위인 보건환경연구원장(계약기간 2년)에 채근석 산림녹지과장이 내정됐다. 보건환경연구원장은 지난 2008년부터 개방형으로 전환됐다. 이후 두 차례 공모한 원장 자리는 모두 퇴직을 앞둔 공무원이 차지했다. 앞서 지난달 공모를 통해 뽑은 도 출연기관인 지식산업진흥원장도 박재익 전 농업정책과장이 임명됐다.

지난해에도 김종록 정무부지사가 퇴직과 함께 충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이 됐고, 홍승원 전 진천부군수가 충북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도 출연기관인 중소기업센터의 우병수 본부장과 충북도립대 연영석 총장도 도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취임 후 줄곧 이뤄진 과도한 측근챙기기, 전문성이 결여된 퇴직공무원들의 낙하산 인사 등으로 쏟아지는 비판을 이 지사가 어떻게 희석시킬지 주목된다.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 선거의 경우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채 보은에만 치우친 결과”라면서 “선거공신들에 대한 보은인사는 최소한 허용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정도가 지나치면 지사에 대한 신뢰는 물론 정치력도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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