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들의 ‘공수표 남발’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대전·충남을 향해 제시한 일부 공약 등이 표류하면서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12일 대전시와 충남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 △도청 이전 신도시 건설 예산 지원 △도청이전 부지에 국립 근·현대사 박물관 건립 △당진·평택항 경제자유구역 인프라 확충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 및 예산지원 △국방과학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을 충청권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제시한 공약 중 우여곡절을 겪거나 백지화한 공약이 상당수여서 올 12월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비슷한 공약이 수면 위로 고개를 들고 있다. 표를 의식한 ‘장밋빛 공약’이 남발한 탓에 행정·정치적 낭비만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립 근·현대사 박물관 건립 공약은 당선 이후 서울 광화문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도청 이전 부지에 관한 공약은 물거품 됐다. 또 이 대통령은 과학벨트 구축 공약으로 대전 대덕특구와 세종시, 충북 오창·오송단지를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묶어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연구·산업기반 구축 및 집적 정도, 우수한 정주환경 조성 정도, 국내외 접근 용이성, 부지확보 용이성 등이 입지선정 요건으로 규정됐을 뿐, 입지는 충청권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당선 직후 애초 제시했던 공약과 달리 입지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충청인을 농락한 전례가 있다.

뿐만 아니라 국립중앙과학관을 첨단과학 체험 위주로 리모델링하고 엑스포과학공원에 대덕연구단지의 연구 성과물을 주제별로 전시하겠다는 첨단과학기술테마벨트 조성도 이미 백지화된 지 오래다.

이밖에 국방과학산업 클러스터 구축 및 세계 군평화 페스티벌 개최도 백지화됐고, 충남도청 이전 국비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문제는 여야 대선캠프가 이 대통령이 추진하려다 백지화한 공약을 수정·보완해 재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백지화한 공약을 재추진하려는 것과 관련 긍정적인 목소리도 있지만, 여전히 정치적 소신과 명확한 해결 방안을 내놓는 후보는 거의 없어 ‘공수표 남발’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각종 현안을 함께 해결해야 할 지역 자치단체의 행정적 낭비만 초래한다는 점이다. 도는 국회 개원부터 지역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과 대선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공약 등을 놓고 실현 가능성부터 저울질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민생과 밀접한 공약을 내거는 취지는 좋지만, 표를 의식한 공약만 앞세우면 행정적 낭비만 중복된다”며 “실현 가능성 여부와 체계적인 대응책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후보의 공약을 사전에 검증할 단체나 기구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면서 “전문가나 교수, 언론 등이 함께 참여해 공약 실현 가능성 여부를 꼼꼼히 검증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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