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의 ‘코드인사’가 불발에 그쳤다.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가 신임 회장을 이례적으로 경선으로 선출하면서 충북도가 추천한 이 지사의 최측근인사가 선거에서 패했다. 적십자사 충북회장은 그동안 지사의 의중에 따라 선임됐다는 측면에서 이 지사의 정치력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적십자사 충북지사는 9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제28대 회장을 선출하는 경선을 실시했다.

상임위원 15명이 투표에 참석한 이날 선거에서 성영용 전 충북도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0표를 얻어 이 지사가 추천한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5표)를 제치고 선출됐다. 적십자사 충북지사 상임위원은 김봉숙 전 청주과학대 총장, 김경배 대한건설협회 충북도회장, 장준호 전 충북도의장, 한효수 성모피부과 원장, 김경용 충북도 행정국장, 김대성 충북도교육청 부교육감, 김윤배 청주대 총장, 성영용 전 교육위원장, 오선교 선엔지니어링 대표, 한장훈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 회장, 김요식 청주선프라자 대표, 박천서 하이텍RCD대표, 유봉기 한국자유총연맹 충북도지부장, 윤석성 청주시중동교장협의회장, 이효식 신한은행 충북본부장, 정상길 전 주성대 총장 등 모두 16명이며, 이날 15명이 참석했다.

남 전 교수는 이 지사의 지시에 따라 충북도가, 성 전 위원장은 일부 상임위원이 추천했다. 적십자사 회장은 그동안 상임위원회와 도가 조율해 추대 형식으로 선출했으며, 각종 지원 등으로 도에서 추천한 인사가 대부분 선출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원회 한 관계자는 "상임위원 간에 차기 회장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경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낙선한 남 교수는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이시종 지사의 선거캠프에서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당선 직후에는 인수기구로 구성한 '민선 5기 충북도정 기획단장'을 맡는 등 이 지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 중 한명이다.

결국 이번 회장 선출과정은 적십자사 상임위원회가 이 지사의 의중이 전적으로 반영된 남 전 교수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이 지사의 코드인사 시도가 무위에 그친 셈이다. 그간 적십자사 안팎에서는 남 전 교수에 대한 충북도의 천거는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시종 지사의 최측근인사라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지만, 남 전 교수가 민주통합당 당직을 맡는 등 사실상의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남 전 교수는 민주통합당 중앙당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고, '충북민주희망포럼'을 이끌고 있다.

한편 이시종 지사는 이날 성영용 당선자와 사무처장이 인사차 도청을 방문했으나 면담마저 거절해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특정 정당 당직을 맡고 있는 인사를 적십자사 회장에 추천한 점은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측근인사를 기용하려다 불발에 그쳤다해 당분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격을 갖춘 측근인사를 염두해고 있었다면 사전 정지작업을 통해 단독출마토록 했어야 지사의 정치력에 흠결이 가지않았다”고 전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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