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대선 경선주자 박근혜 후보가 9일 오후 김천실내체육관에서 대구·경북 합동 연설회에서 눈 주위 땀을 닦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대선 정국은 가열되고 있지만, 정작 대선 후보들은 비전 검증 등 미래지향적인 경쟁은 자취를 감춘채 상대방의 과거 행적을 들추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건전한 검증이 실종된 자리에는 막말이나 헐뜯는 문화가 자리 잡는 등 ‘페어플레이 정신이 실종됐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은 “대선 경선 후보들이 올림픽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는 따끔한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나선 비박계(비박근혜계) 주자 4인(김문수, 임태희, 안상수, 김태호)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검증을 빙자한 ‘박근혜 흠집내기’였다. 새누리당 경선 후보들은 총 10차례의 전국 합동연설회 중 8차례를 소화한 상태다.

이 자리에서 비박 4인은 유력 대권 주자인 박근혜 후보에게 모든 시선이 쏠리고 있다는 점을 염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저차원적 공세’를 선택했다.

김문수 후보는 연설회 초반부터 박 후보를 향해 “권력 아래 평생 남 밑에서 일해본 적 없이 혜택을 다 누렸던 대통령의 딸”이라며 “소통이 아닌 불통의 대명사가 된 후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준비한 동영상에는 박 후보의 과거 청와대 시절 사진과 5·16 시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해 정책과 정치적 소신은 이미 ‘먼 나라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다.

이와 함께 대담집 출간과 방송 출연으로 지지율이 상승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검증을 놓고도 ‘과거 회귀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후보는 안 원장이 과거 분식회계로 기소된 대기업 총수의 구명 운동에 나섰고, 재벌과 인터넷 은행을 설립키로 했으며, 대기업 이사 재직시절 문어발식 확장을 간과했다는 검증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최근 안 교수가 내놓은 ‘복지·정의·평화'라는 정치철학과 비전, 국정운영 계획 등에 대해선 '초등학교 수준’이라는 비난만 할 뿐, 조목조목 반박하거나 대응하는 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

야권에서도 대선 경선 후보 간 과거 행적을 둘러싼 정쟁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문재인 후보를 향해선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 책임론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고, 손학규 후보에겐 한나라당 탈당 전력을 놓고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김두관 후보 역시 ‘리틀 노무현’이라는 꼬리표를 두고 서로 간 흠집 내기는 치열하다 못해 지나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치권 인사들은 “이런 공세가 이어질수록 국민은 정치 혐오나 선거 혐오가 더욱 깊어질 우려가 있다”며 “페어플레이는 올림픽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정치권에서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