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박 모(52·대전시 서구) 씨는 지난 6일 한 은행에서 연8%대의 신용대출을 신청해야 했다.

박 씨는 지난 2009년 둔산동의 3억 원대 아파트를 1억 6000만 원의 대출을 받아 구입했고, 3년 가까이 월 7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상환해 왔다.

박 씨의 기대와는 달리 올 초부터 대전지역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대출금 상환이 점차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자녀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는 늘어나는데 집값은 떨어지고, 임금은 매년 동결되면서 박 씨는 결국 집을 옮겨 대출금을 상환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3월 2억 7000만 원에 집을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놨다.

그러나 지역 부동산거래 실종으로 인해 아직까지 박 씨의 집은 팔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박 씨와 같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으로 인해 가계 부담이 가중되면서 생활자금대출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하우스푸어 주의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이같은 현상은 마치 ‘빚을 내 빚을 갚는’ 아이러니한 구조라는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가구 2주택자는 물론 최고 담보인정비율(LTV)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1가구 소유자들 역시 집값이 떨어지면서 대출상환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모든 신용대출 신청자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주택담보대출금 부담이 가중되면서 생활자금에 압박을 받게 돼 대출을 받는 다는 것은 결국 빚을 내 빚을 갚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은행의 자료에서도 엿볼 수 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457조 8000억 원으로 지난 6월대비 700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신용대출의 지난달 말 잔액은 146조 원으로 전월대비 3000억 원 늘었다.

이는 지난 6월 생활자금 대출잔액 증가폭이 100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올 초부터 꾸준히 감소하던 생활자금 대출은 지난 4월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관련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을 줄여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고자 해도 부동산 거래가 원활치 못해 우선 신용대출로 생활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하우스 푸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가계부채 부담은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지만 주택가격 하락세가 유지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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