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7년 7월 닻을 올린 후 5조 6000억 원을 투입한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는 축소·변경의혹과 과학비즈니스벨트 음모론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희철 기자
“행정도시 건설사업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퍼부었습니까? 왜 확실한 경기부양책을 차치하고 불확실한 새 사업에 미쳐 날뛰는지….”

연일 불거져 나오고 있는 행정도시 축소·변경의혹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음모론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연기군민 총 궐기대회’를 하루 앞둔 18일 행정도시 예정지는 비장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행정도시 예정지역 주민들의 정부에 대한 응어리진 불만과 의혹은 이미 우려의 수준을 넘어 울분과 불신으로 변해 이번 총궐기를 기점으로 고름 터지듯 터져나올 상황이다.

예정지역 주민과 행정도시 관계자 측은 국민의 혈세와 지역민의 염원을 쏟아부은 행정도시사업이 현 정부의 새 정책에 따라 좌표없이 휘둘리고 있는 목전(目前)의 상황에 대해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행정도시 건설사업 투입자금은 조만간 6조 원을 넘어선다. 지난 2007년 7월 닻을 올린 후 현재까지 행정도시건설청에서 착공한 사업은 21건. 이들 사업에 무려 1조 4191억 원의 국가예산이 투입됐다. 여기에 한국토지공사가 용지비로 집행한 비용인 4조 1770억 5400만 원을 합산하면 기(旣) 투입된 자금만 5조 6000억 원에 육박한다. 따라서 자금 투입규모와 공정진행상황을 감안하면 행정도시 건설사업은 이미 본격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한국토지공사는 행정도시 건설사업을 위해 용지비와 조성비로 총 사업비만 지난 2005년 1993억 5400만 원 집행을 시작으로 △2006년 3조 264억 8300만 원 △2007년 7299억 7700만 원 △2008년 4664억 8300만 원을 투입했다.

결국 건설청의 행정도시 건설공사 발주계획에 따라 신규착공으로 23건에, 2조 1032억 원의 공사가 새로 진행될 경우 연내 행정도시 사업관련 집행비용은 총 7조 7000억 원을 넘어서게 된다.

행정도시 건설사업추진현황과 관련, 강병국 행정도시건설청 대변인은 “일련의 의혹과 우려와는 별개로 예정됐던 행정도시 건설사업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관련 자금집행실적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음에도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행정도시 건설사업 정상추진에 대한 우려까지 맞물려 올해가 사업 착수 이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관련 업계에 비등하고 있다. 행정도시 건설사업 난항이 지속될 경우 공사(公社)는 물론 국가사업을 믿고 착수한 관련 건설업계도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前) 정부가 추진했던 국책사업이 정권교체로 인해 새 정부의 추진과제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관례적인 일로 비춰질 수 있으나 행정도시사업의 경우 막대한 사업규모와 추진 취지를 감안할 때 엄청난 국가적 낭비와 국민적 불신까지 초래시키는 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지 인근 부동산업계도 행정도시사업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쏟아지는 미분양 물량과 건설사의 살아남기 위한 분양가 파격할인 공세 등으로 부동산 시장 붕괴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부동산업자는 “수도권에 기울이는 관심과 지원의 3분의 1이라도 행정도시에 돌린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예정지 인근에 살고 있는 상당수의 원주민들도 행정도시 정상건설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예정지 인근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한 모(53) 씨는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라서 고향을 맡기고 나왔는데 지지부진하게 추진되는 꼴에 고향만 만신창이가 됐다”며 “충청도가 아니었어도 이렇게 됐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이번 총궐기대회를 통해 충청권 역량을 새롭게 결집하고 재생산하는 계기로 만든다는 연기군대책위원회는 ‘세종시설치법 2월 국회통과’와 ‘정부기구 개편에 따른 이전기관 변경고시 발표’ 등을 강력하게 촉구할 예정이다.

홍석하 대책위 사무국장은 “이번 대회에는 공주시 등 행정도시 인근지역 주민과 범충청권협의회도 참여해 총 5000여 명의 인원이 운집할 것”이라며 “더 이상 해당 지역민을 우롱하고 멸시하는 처사에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조속한 국회통과가 좌절될 경우 정치권에 대한 책임 추궁은 물론 대정부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못박았다.

황의장 기자 tpr111@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