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각세우기를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31일 나왔다. 안 원장이 지난 200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에 나선 것으로 밝혀진 것과 관련해서다. 이날 오전 국회 의총장 앞에서 박 전 위원장은 “안 원장이 최 회장 구명을 위한 탄원서를 냈다는게 밝혀졌다. 자신이 쓴 책과 모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을 우리가 고치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고 답변했다. 박 전 위원장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한 안 원장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의총에 참석한 박 위원장과 지난 2월 안철수재단 설립 기자회견장의 안 원장. 연합뉴스  
 

야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손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과거 친재벌 행보에 대한 논란이 연이어 제기되면서 여권의 '안철수 때리기'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안 원장은 2003년 4월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됐던 최태원 SK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며 탄원서를 제출했던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2001년 재벌 2·3세와 벤처기업 경영자들의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를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 '브이뱅크'를 설립하기 위해 ㈜브이뱅크컨설팅을 만들었던 일이 드러났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마치 온라인 증권사처럼 지점 없이 인터넷 상으로만 영업하는 은행을 말한다.

당시 브이뱅크는 비록 자금 확보와 금융실명제법 문제 등에 부딪혀 설립이 무산됐다.

하지만 설립 추진 과정에서 브이소사이어티는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안 원장이 그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금산분리 강화 원칙과 반대되는 행동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더 나아가 대기업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려던 '친재벌적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원진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 원장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연루 의혹은) 지금 안 원장이 얘기하고 있는 금산분리와 완전히 다른 얘기"라며 "(안 원장 측에서) 묵살할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조 의원은 또 "안 원장이 지난해 한 강의에서 금융사범 사형 운운하며 과격한 발언을 했는데, 최태원 회장의 죄가 바로 분식회계" 라며 "최 회장 탄원에 동참한 안 원장의 행적은 언행 불일치로 볼 수 있다"며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선 지난달 31일에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안 원장의 최 회장 구명 탄원 논란에 대해 "그런 것을 우리가 고치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 내용"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새누리당 비박(非朴·비박근혜) 대선 경선 주자들도 합동 연설회에서 안 원장을 공격하는 등 검증 공세가 격화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안철수 때리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분위기다.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쪽은 안 원장의 과거 친재벌적 족적과 현재 그가 주장하는 재벌 규제 등의 모순점을 부각시킨다면 충분히 '안풍(安風)’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간 안 원장에 대한 공세는 '정치경험 전무' 정도에 그치며 큰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이번 공세는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워 온 안 원장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안 원장 검증 공세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안 원장을 향해 '검증'이라는 명목 아래 사실상 네거티브 공세를 펼친다면 국민은 쇄신을 앞세우던 새누리당을 결국 기성 정치 세력으로 인식되는 역효과가 날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선거때마다 나오는 이전투구식 비방이 도리어 안 원장의 깨끗한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 안 원장에 대한 여권의 공세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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