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무더위로 근무중 병에 걸리거나 재산상 피해를 봤을 때 법적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2일 서울중앙지법·행정법원 등 각급 법원의 최근 판결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30도 안팎의 기온은 통상 여름날씨로 판단해 피해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반면 30도 이상이 장기간 이어지거나 34∼36도의 고온이 나타난 때는 피해배상 청구가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사안별로 기온과 노동강도, 근무시간 등에 비춰 사용자 측에 책임이 있는지, 근로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따져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서는 대체로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보름 넘게 30도 이상 폭염이 이어지던 중 인천국제공항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일사병으로 쓰러져 숨진 장모 씨 유족이 보험사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유족에게 7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탈수나 일사병을 방지할 의무를 게을리해 책임이 인정된다"면서 "다만 피해자도 스스로 안전을 도모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서울고법은 잔디 나르는 일을 하다 숨진 조모 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당시 날씨는 최고 34.5도에 지면온도는 최고 37.9도, 최고습도는 93%였다. 또 지난해 12월 내려진 서울행정법원 판결에서는 최고기온이 32.3도였던 날 냉각탑 교체작업을 하다 쓰러져 숨진 일용직 노동자 지모 씨 유족이 낸 유사한 취지의 소송에서 "고온다습한 환경에 장시간 단순노무를 반복한 점을 고려하면 업무와 사고간 인과관계가 있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올해 2월에는 같은 법원이 27∼33도에서 차량 에어컨이 고장난 상태로 사흘간 운전하다가 쓰러져 뇌경색에 걸린 박모 씨가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청구 사건에서 "에어콘 고장 등으로 스트레스와 과로가 심화됐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반면 2010년 서울행정법원은 최고기온 29.4도, 평균기온 25.6도의 날씨에서 철근공으로 일하다 쓰러져 뇌내출혈 등 진단을 받은 이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1일 충북 청주에서도 일용직 근로자가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낮 12시 경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모 초등학교 시설보수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강모(28) 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도착하기 전 숨졌다. 경찰이 정확한 사인 조사를 위해 2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열사병이 사망의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청주의 낮 최고기온은 청주시 36.4도였다. 이에 따라 강 씨 유족 측이 폭염으로 인한 손해배상·업무상재해 관련 소송을 제기할지 주목된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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