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정책에 따른 에너지절약 강력 규제로 무더위 폭염 속에 충북지역 시·군 공무원들은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2일 충북도청 직원들이 선풍기를 틀어놓고 업무를 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공무원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너무 힘드네요."

1일 충북 청주지역 기온이 32.4도를 보인 오전 11시 청주시청 후관동의 한 사무실. 문이 열린 사무실로 들어서자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온 것처럼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벽에 붙은 온도계는 이미 30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에어컨은 장식용에 지나지 않았고 10여 대의 선풍기만 뜨거운 바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특히 청사 내 대부분의 사무실이 협소한 공간에 많은 직원들이 옹기종기 붙어 앉아있다 보니 잠시 머물러 있는 것만으로도 금새 이마에는 땀이 맻혔다.

본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무실 안에서 턱 밑으로 줄줄 땀을 흘리던 한 직원은 더위에 지친 표정이 역력했고, 더운 날씨 탓에 여러 사람의 땀냄새까지 뒤섞이면서 두통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A 공무원은 "출근해서 퇴근 때까지 일과 중 마땅히 더위를 피할 곳이 없다"며 "요즘 같은 날씨에는 일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충북도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고층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이미 가동이 중단된 승강기를 뒤로한 채 무더위 속에 하루에도 몇번씩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해야 했다. 점심시간을 전후해 단 2시간 정도만 냉방기를 가동하는 탓에 잠시 에어컨을 켠다고는 하지만, 냉방이 되는 시간까지 기다리느니 오히려 창문을 여는 게 나을 정도다. 게다가 청사 내에는 각 부서당 선풍기도 운영대수가 정해져 있어 대다수 공무원들이 찜통 속 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B 공무원은 "더위 탓에 머리까지 둔해지는 것 같다"며 "정부 에너지 절약방침에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야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최소한 직원들의 건강을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많은 공무원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 전국공무원노조 게시판에는 "동사무소나 구청 민원봉사과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도 에어컨 빵빵 틀어주면서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은 가장 더울때 두 시간 틀어주는게 고작이다", "주민이나 공무원이나 다 같은 인간 아닙니까?", "우리도 더위 느낍니다" 등 공직자들의 호소가 빗발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일각에선 내부 온도로 일괄 규제하는 것보다 상황에 따른 에너지 절약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유연근무제를 통해 가장 더운 시간을 피해 근무하거나, 근무환경을 쾌적하게 하되 야근을 줄여 컴퓨터 사용도 줄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각 공공기관은 상급기관의 지침에 따를 수 밖에 없다”면서 “다만 근무환경은 직원들의 업무효율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만큼 현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인 정책반영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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