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에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무지개프로젝트도 판암지구에서 시작했고 이로 인해 생활환경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판암동은 소외된 계층이 밀집해 있다.
특히 판암2동은 판암주공 4단지 등 영구임대아파트가 위치하고 있어 기초생활수급자와 독거노인, 장애인 등 소외된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또 ‘지역통’으로 불리는 판암 2동 1~6통 지역은 황학산 자락에 위치한 마을로 낙후된 건물이 즐비해 재개발이 시급하다.
흔히 소외계층 밀집지역을 생각하면 낙후된 건물을 떠올리지만 이 지역은 낙후된 지역과 소외계층 밀집지역이 서로 다른 곳에 존재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소외된 사람들의 보금자리=영구임대아파트 입주 우선권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한 저소득층이 판암주공 4단지에 몰려들면서 판암2동 일대는 도시 슬럼화 양상을 보여왔다.
판암 2동에는 지난달 기준 총 5640세대에 1만 2903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남자 6358명, 여자 6545명으로 여자가 조금 더 많다.
그러나 전체 가구 수의 29.7%인 1675세대가 기초생활수급 세대이며 수급 대상자도 2665명에 이르고 있어 동구 평균 7.5%의 4배에 달하고 있다.
이는 판암2동에 소외된 계층이 밀집해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또 지자체에 등록된 장애인도 전체 인구의 10%를 상회하는 1319명이고 노인복지 대상자도 1765명으로 조사됐다.
판암 2동은 저소득층, 장애인 등 갈 곳 없는 소외된 계층들에게는 보금자리다.
이같이 소외된 사람들이 밀집한 이유는 이곳이 그간 지자체와 복지시설 등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대전시는 3년 전 ‘우리 사회 어려운 이웃을 위한 희망 계획’의 일환으로 무지개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판암지구를 최우선 대상지로 선택했다.
사업목표는 △청소년 교육 및 학습 여건 개선 △어려운 이웃 자활지원 확대 △아파트단지 주거환경 개선 △근린공원 및 생활체육시설 확충 △문화향유 프로그램 운영 △지역도로 및 교통시설 정비 △지역 활력화 사업 등이다.
29개 사업 중 대부분은 지난해까지 완료돼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바뀌었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으로는 사업비 2억 5000만 원을 들인 생활체육시설 확충사업 중 동신중학교 인조잔디 운동장 및 우레탄 트랙 조성사업, 2009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총 사업비 17억 2400만 원을 투입해 판암동 240번지에 연면적 830㎡ 규모의 장애인재활센터를 건립하는 사업 등이 있다.
또 사업비 6억 6000만 원을 들여 하상바닥 정리와 오수 박스 분리벽 설치 등을 진행 중인 판암천 복개구간 악취저감사업과 판암역 303-9번지 일대 2608㎡에 사업비 56억 4800만 원을 들여 판암역 환승주차장을 건설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무지개 프로젝트에도 아직 열악한 생활환경을 벗어나지 못한 황학산 자락의 지역주민들은 무지개 프로젝트보다 낙후된 건물을 헐어내는 재개발이 먼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화하는 주민들=최근 판암 2동 주민센터에 한 할아버지가 5년 전 교통사고로 왼팔과 왼쪽 다리에 마비가 와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내를 부축해 방문했다.
이들 부부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였는데 매월 지급되는 수급비에서 1만 7000원씩 저축해 모은 10만 원을 동장에게 건네며 자신들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이웃들이 반찬도 가져다주고 말벗도 해주는데 사랑을 받기만 할 수 없어 작지만 정성을 모아 이웃에게 베풀고 싶다는 것.
또 며칠 전 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가난 때문에 사는 것이 어려웠는데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2년간 수급비 일부를 저축해 모은 돈 50만 원을 주민센터에 기부했다.
한때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이며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약을 먹고 삶을 포기하려 했던 한 남성은 주위의 사랑으로 시련을 극복해내고 주민센터 오카리나 프로그램에 참여, 음악활동에 빠져 있다.
김옥희 판암 2동장은 “예전에는 지역주민들의 다툼이 끊이지 않았고 서로 자신의 욕구만 채우기 바빴는데 무지개 프로젝트 이후 주민들에게 사랑과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며 “3년 전 이 지역에 수백억 원을 투입해 무지개 프로젝트를 시행한다는 것을 알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천수봉 기자 da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