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찾은 청원군 강내면 다락1리 경로당. 실내온도 32도의 경로당 안에서 노인 3명이 에어콘을 끈채 선풍기와 부채로 더위를 이기고 있다. 청원=심형식 기자  
 

지난해 시행된 경로당 에너지 고효율 제품 지원사업으로 절반 가까운 청원군 내 경로당에 에어컨이 설치됐지만 연일 계속되는 폭염속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지역의 최고온도가 36.4도를 기록해 폭염경보가 내려진 1일, 청원군 강내면 다락1리 경로당에는 할머니 3명이 선풍기 한 대와 부채만으로 찌는 듯한 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이 경로당은 창문이 없어 통풍이 안돼 실내는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경로당 한 쪽의 온도계는 3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강내면 공무원이 에어컨을 왜 틀지 않았냐고 묻자 한 할머니는 “전기요금이 무서워서 틀지 못했다”며 “선풍기가 두 대 있지만 전기요금 걱정에 한 대만 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루 전인 지난 달 31일 찾은 청원군 남일면 고은4구 경로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경로당 거실 한 켠에는 지난해 설치된 최신식 에어컨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곳에 모인 노인들은 선풍기와 부채로 더위와의 힘겨운 싸움을 지속하고 있었다. 이곳 역시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전기요금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또 기계에 익숙치 못한 노인들이 에어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곳도 있었다. 같은날 효촌1구 경로당. 경로당 문과 창문을 모두 잠근채 에어콘과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실내온도는 33도. 에어컨에서는 찬바람대신 선풍기와 같은 바람만 나오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모든 문을 잠갔으니 실내온도는 외부온도와 별 차이가 없었다. 에어컨을 틀어놓고도 노인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며 힘겨워했다. 김 모(83·여) 씨는 “에어콘은 그냥 켜고 끄면 되는 줄 알지 이용법을 잘 알수 있냐”며 “오늘 처음으로 에어컨을 틀었는데 틀어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로당에너지고효율제품지원사업’을 통해 청원군 내 경로당 537개소에 약 5억 3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 에어콘, TV, 김치냉장고, 일반냉장고가 각 경로당의 요청에 의해 1개 씩 설치됐다. 이중 236개 경로당이 에어컨을 설치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이틀에 걸쳐 방문한 경로당 8곳 중 절반은 에어컨을 틀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지만 4곳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에어컨을 설치했지만 정작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한 여름에 전기요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각 마을 경로당 간에도 지역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취재에 동승한 강내면 관계자는 “지역별로 큰 공장이 있는 마을이나 매립장 지원비가 나오는 마을 경로당은 운영비도 풍족해 여름에도 전기요금 걱정을 하지 않고 비교적 시원하게 지낸다”며 “상대적으로 순수한 농촌마을은 군에서 지원하는 운영비 외 수입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청원=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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