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추진한 물길조성사업이 화재 등 재난대비에 취약하다는 본보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소방통로가 여전히 확보되지 않고있어 화재발생시 피해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이와함께 전통시장 등 화재 취약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지도 점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자 3면 보도>30일 오전 10시 청주시 차없는 거리. 지하상가 입구에서 중앙시장 인근에서는 배달용 오토바이 두 대가 폭이 4m가 채 되지 않는 인도 위에서 마주쳤다. 자칫 충돌이 우려됐지만 이내 속도를 줄인 두 오토바이는 조심스럽게 서로를 비켜갔다.

이 같이 협소한 인도 폭은 화재 발생 시 큰 문제를 야기한다.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하는 소방차량 중 펌프차의 경우 2m 안팎으로 진입이 가능하지만 3층 이상 높이의 화재 시 출동하는 고가 사다리차의 진입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성안길 곳곳 조성된 다른 차 없는 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부분 폭 4m 미만의 인도로 이뤄진 차 없는 거리는 많은 유동인구와 밀집한 상가로 인해 화재 위험이 높은 곳이다. 고층건물의 화재진화 시 사용되는 사다리차의 경우 유압장치 설치와 함께 최소 주변 공간이 5m 이상 필요하다는 것이 소방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또 인접한 상가 건물들은 화재 발생 시 연소 확대로 이어져 대형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소방로 확보가 시급하지만 정작 시는 예산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문제점으로 지적된 화재 취약 지역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며 “소화전 등 자체진화 장비 확충은 가능하지만 시설물 등을 옮겨야 하는 소방로 확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주시의 인색한 소방로 확보 행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화재 예방에 대한 소방당국과의 공감대 형성은 뒤로 한 채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살리기의 일환으로 아케이트가 설치된 청주 사창시장. 아케이트 연결을 위해 1m 이상 앞당겨져 개조된 기존 건물들이 즐비하다.

이로 인해 좁아진 소방통로는 폭 2m 안팎의 펌프차 진입은 물론 사다리차 출동도 불가능하다. 낡은 건물과 인접 점포가 붙어 있는 전통시장은 한곳에서 불이 나면 대형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소방관계자는 전한다.

실제로 청주시내에 위치한 다수의 시장들은 건물과 전기시설이 낡아 전기누전의 위험이 크다. 청주 북부시장 등은 식당에서 사용하는 LPG가스 누출로 인한 화재에도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특히 시장 통로는 가판대와 진열된 물건들이 막고 있어 유사시 소방차의 진·출입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된 전통시장 관련 조례 제정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소방점검과 화재에 노출된 소형점포에 대한 지도 점검과 화재보험 가입 지도 등을 체계화하는 등 화재 예방을 위한 시의 능동적인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소방관계자는 “주기적인 소방로 확보 훈련 결과 상인들도 적극 협력했지만 여전히 소방차량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잔재하고 있다”며 “전통시장 등은 인화물질들이 많아 대형화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청주시와 시장 상인 등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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