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래현 ‘노점’.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우향 박래현(1921~1976)의 기념비적인 대작 ‘노점’(1956)은 시장 한복판의 노점 주변에 선 여인들을 담고 있다. 제5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가로 2.1m에 세로 2.6m의 큰 그림인데, 거대한 화폭을 구획한 화면구성이 대담하면서도 정교하다.

화면의 구도를 잡고 세부를 처리해나가는 과정에서 빈틈없이 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이룬 이 작품은 한국의 근현대미술사에 있어 손 꼽을 만한 명작이다.

근대적인 화법을 도입하기 이전의 수묵채색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도를 보이는 이 작품은 추상언어와 결합하기 시작한 한국화 초기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인물과 사물 간의 채도와 농담의 차이로 구성적인 화면을 이루고 있다. 또 근대 이전의 한국화가 상황이나 장면을 설명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해 그들의 자세와 표정을 부각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그림은 평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면분할에 의한 평면화 경향은 서양의 입체파 영향을 한국화에 도입한 우향 회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화 특유의 화법에서 나타나는 평면성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전면의 인물들과 노점, 그리고 배경의 건물들 사이에 구조적인 연관성을 살려 서양 회화의 원근법적인 시각과 그것을 변형한 입체적 구성을 도입하고 있다.

박래현은 1940년부터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해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수상했다. 광복 후에는 남편 김기창과 12차례 ‘부부전’을 가졌다. 1950년대 이후에 남편인 김기창과 함께 혁신적인 한국화 실험을 전개했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대상을 비롯해 수많은 수상 경력이 있으며, 대한민국미술전람회심사위원, 서울시 문화위원을 역임한 뒤 서울대와 성신여대에서 강의했다. 이후 1969년에 뉴옥 프랫 그래픽센터와 봅 블랙번 판화연구소에서 판화를 연구해 한국화와 판화를 연동하는 실험을 했다.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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