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천연기념물 423호로 지정된 제주도 섬 마라도는 깎아지른 절벽 해안동굴과 드넓은 푸른 잔디의 모습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 여행의 끝은 역시 마라도를 돌아보는 것이다. 이 여름에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서 일상 탈출을 실행으로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주 금토일은 마라도다. 마라도의 매력을 소개한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

마라도는 우리나라의 최남단이다. 제주도 대정읍 송악산에서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이지만 정기여객선을 타고 30여 분을 가면 가파도 너머 마라도에 도착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가는 섬여행은 두 가지가 있다. 우도가 주는 풍경이 이국적이라면 마라도여행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섬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마라도는 걸어서 한 시간이면 한바퀴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섬이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교회와 절, 성당 등 우리나라 3대종교 시설이 모두 있다. 학교도 있다. 바다를 배경으로 서있는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라도에 가기 위해서는 모슬포(대정) 송악산 기슭에 위치한 가파·마라여객선 선착장에서 매일 5~6차례 운행하는 여객선을 타야한다.

북위 33도 6분 33초. 동경 126도 11분 3초. 국토의 최남단 섬 '마라도'의 지리적 위치다. 독도와 함께 국토의 남·서·동쪽 세 끝이란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 제주도 대정읍 송악산에서 정기여객선을 타고 30여분을 가면 마라도에 도착한다. 마라도는 걸어서 한 시간이면 한바퀴 다 돌아볼 수 있는 여행코스다.

◆국토 끝 아니면 시작하는 땅

마라도.

선착장 옆 깎아지른 절벽 해안동굴에서 휘감아도는 제주 명물 바람이 낯선 이를 반긴다.

조그만 섬에는 더위 피할 나무 한그루 보기 어렵다. 예전에는 울창했다지만 120여년 전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 농사를 위해 불을 놓아 지금의 까까머리 민둥섬이 됐다고 한다. 7월의 태양볕이 내리쬐는 길을 걷다보면 뜨겁다 못해 어질어질해질 정도다.

골프장에서 보던 전동카트가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그래도 관광객들은 꾹 참고 걷는다. 골프 카트는 주민들이 공동 운영한다.

섬을 일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그것도 쉬엄 쉬엄 구경하고 사진찍고 하는데 걸린 시간을 포함해서다.

걷는 내내 온통 일부러 가꿔놓은 듯한 푸른 잔디와 함께 군데군데 선인장이 피어있다. 20여분 정도 걸으면 정남향 지점에는 바다를 향해 우리국토 최남단을 알리는 비석이 있다. 너도 나도 기념사진을 찍는 그 비석아랜 파도를 막고 늠름하게 선 장군바위가 듬직하기만하다.

 

   
 

◆아~ 마라도

마라도에는 80여 명의 어민들이 고기잡이와 민박 등 관광 관련업에 종사하며 살아간다.

모슬포항에서 출발한 정기 여객선을 타고 도착, 수십여 개의 계단을 올라서자마자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짜장면집. ‘짜장면 시키신 분’이란 광고로 유명해진 짜장면 집이 마라도와 어울리지 않게 세곳이나 있다. 주인장들은 서로 맛있다며 관광객들을 호객한다.

마라도에서 즐기는 해물 자장면 맛은 그야말로 맛깔나다. 조금 태운 듯한 춘장에 새우 등 해물을 썰어올렸다.

독도처럼 섬을 빙빙 두른 절벽은 볼수록 멋지다. 섬위에서 내려다 볼 때보다 배에서 바라볼 때가 멋지다. 굵은 소금처럼 부서지는 파도가 해안동굴에 부딪히면서 폭포처럼 현무암 기암괴석을 타고 흘러내린다. 하도 더운 날이라 그늘만 찾아다녔지만 마라도에 와서 부딪히는 파도를 가만히 앉아 바라보면 이제 떠날 이들을 태우러 돌아오는 여객선의 기적 소리가 그리 반갑지 않다.

짜장면집 만큼이나 종교 시설도 많다. 3대 종파가 모두 있다. 교회, 성당, 절이 각각 한곳씩이다. 기원정사 입구엔 '국토 최남단 해수관음성지'란 간판이 붙어 있었다. 마라도 교회와 성당도 국토 최남단이긴 마찬가지다. 절과 성당은 신도들이 많이 찾지만 타 교회를 찾는 순례 풍습이 없는 교회는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는 전교생 2명의 초미니 학교다. 전교생과 교직원이 모여도 승부차기밖에 할 수 없는 축구장에선 이따금 관광객들이 공을 찬다.

 

   
 

◆마라도 ‘소박하다’

마라도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기다. 한바퀴 도는 데 1시간 걸린다. 길이 평탄한 데다 보도블록이 잘 깔려 있어 걷기 편하다. 그러나 뭍엔 있으나 마라도엔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그늘이다. 처음 개간할 때 숲이 울창해 불을 질렀단다. 지금은 한 뼘도 안되는 풀만 자란다. 섬 동쪽에 91년 심은 해송 군락이 있지만 변변한 그늘은 못 된다. 마라도엔 마을 공용차 2대 외엔 자동차가 없다.

환경 보존을 위해 매연을 뿜는 차량을 모두 섬 밖으로 내보냈다. 마라도는 2000년 천연기념물 423호로 지정됐다. 육상은 파괴되어 초지로 변했지만 해상은 아름다운 파식 동굴과 풍부한 동·식물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의 막내 마라도로 이 여름 의미있는 휴가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런지?

글·사진=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