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시가 추진한 ‘차 없는 거리 물길조성사업’이 소나무 쓰러짐 위험, 소방로 미확보 등 각종 재난대비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식생환경을 고려치 않은 ‘전봇대 소나무’를 심어 논란을 빚어 온 청주시가 상당구 북문로 차 없는 거리 물길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각종 재난대비를 고려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층 건물 화재시 소방차 진입조차 불가능한데다 태풍발생 시기를 앞두고 대형 소나무 전도 위험까지 제기되자 인근주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18일 오후 청주시 성안길 차 없는 거리.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대는 분수와 건물 4~5층 높이에 맞먹는 20여m에 달하는 소나무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얼마 전 가지치기를 해 앙상한 모습의 소나무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강선 재질의 와이어.

워낙 큰 나무이다 보니 강풍에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청주시의 대책이다.

그러나 거목 또는 경관가치가 요구되는 곳에 설치되는 당김줄 형태의 와이어가 연결된 곳은 다름 아닌 바로 옆 소나무 가지.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불어닥칠 경우 소나무 전도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일대에 늘어선 15그루의 소나무가 동시에 바람에 쓰러질 경우 인접한 상가의 피해는 불 보듯 뻔 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조경전문가들은 “높이 10m 이상의 나무는 강풍에 대비해 지지대를 콘크리트 외벽 등에 설치해야 전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조경가 이모(54) 씨는 “지나치게 높은 소나무가 도심경관과 어울리지 않고 위압감을 줘 오히려 미관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식재 당시 시공업체가 지지대 설치까지 일괄 처리해 안전 기준에 대해 들은바 없다. 업체가 알아서 소나무가 전도되지 않는 범위로 시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 안전 불감증은 이뿐만이 아니다. 차 없는 거리의 인도 폭은 4m가 채 되지 않는다.

이처럼 협소한 인도 폭은 화재 발생 시 큰 문제를 야기한다.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하는 소방차량 중 펌프차의 경우 2m 안팎으로 진입이 가능하지만 3층 이상 높이의 화재 시 출동하는 고가 사다리차의 진입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폭 3m의 사다리차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유압장치 설치와 함께 최소 주변 공간이 5m 이상 필요하다는 것이 소방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인접 상가 건물들은 화재 발생시 연소 확대로 이어져 자칫 대형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동안 소방로 확보를 위한 소방당국의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취재결과 조성사업 당시부터 지역내 소방서에서 시정조치 요구가 있었으나 이를 시가 사실상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동부소방서는 지난 해 3월 상당구를 상대로 ‘공사 진행 시 소방통로를 우선 확보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소방서는 소화전 등 자체진화 장비 확충을 요구 했으나 청주시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청주동부소방서 관계자는 “보통 일반 화재는 화재 초기인 5분 안에 진화하지 못하면 연소 확대 및 화재 최성기로 접어들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특히 차 없는 거리의 경우 주요 화재 진압 차량 진입이 불가능해 재산과 인명피해 발생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소방서의 요청 당시 이미 공사가 완료 단계인 상태였다”며 “소방차 진입을 위해 나무나 가로등 등을 옮길 경우 추가 예산이 지출되기 때문에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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