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요? 아직까지 엄두도 못내요. 시간강사들은 한 학기만 쉬어도 경력관리에 생활비까지…. 그냥 좋은 세상이 오면 그때나 생각할까 해요."

최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대학들 대부분이 워킹맘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행 '영유아보육법'에는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또는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처벌규정이 없고, 비용 등의 문제로 대학을 비롯 대부분의 사업장들이 꺼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고용노동부, 지역 대학 등에 따르면 대전과 충남·북 등 충청권 내 직장보육시설의 설치 의무 사업장(지난해 말 기준)은 모두 83곳으로, 이 가운데 설치된 사업장은 36곳에 불과하다.

여기에 타 보육기관으로의 위탁까지 포함한다고 해도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한 사업장은 전체 83곳 중 43곳으로 50%를 가까스로 넘겼다.

대학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 대전지역 4년제 대학 중 직장보육시설을 설치·운영 중인 곳은 현재까지도 배재대가 유일하다.

배재대 관계자는 "지난 1999년 어린이집을 설치한 후 현재까지 교수·교직원 자녀를 비롯 대학(원)생, 지역민 자녀까지 보육하고 있다"며 "이윤보다는 아이들에게 재투자한다는 목적으로 설립한 만큼 매년 운영상 적자가 발생하지만 부모와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아 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국립대인 충남대와 한밭대마저도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고, 향후 설립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수와 교직원 등 정규직을 제외한 시간강사나 조교 등 비정규직들과 대학·대학원생들의 경우 출산부터 양육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혹독한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지역의 한 대학에서 조교로 일한 이 모(29·여) 씨는 "결혼과 함께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미루다가 결국은 학교 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아이를 낳았다"며 "정치권과 정부는 매일같이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떠들고 있지만 정작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학들이 부족한 재정 등을 이유로 직장보육시설의 설치·운영을 외면하고 있는 사이 대학 구성원들은 양육 등의 문제로 출산을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수년 간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박 모(36·여) 씨는 "시간강사들은 방학 기간 동안 수입이 없고, 경력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기 중 전국을 다니며 강의를 해야 한다"면서 "친정어머니도 멀리 떨어져 있어 아이를 맡기고, 강의를 나가야 하기 때문에 힘든 날들의 연속"이라고 하소연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