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주 등 주취 감경을 배제하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는 등 음주 등 심신미약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잣대가 국민참여재판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만 20세 이상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정식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를 가리는 국민참여재판에서도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불과 2년 전 대전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성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해 배심원들이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 있었다”며 음주 등 심신미약을 인정한 의견을 완전히 뒤집는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림 부장판사)는 17일 돈을 빼앗기 위해 4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로 기소된 A(54)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 씨에 대해 10년간 신상정보 공개와 2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에 참석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A 씨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고 4명이 무기징역, 2명이 징역 20년, 1명이 징역 15년의 의견을 제시했지만,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양형 의견을 존중해 다수의견인 무기징역을 선고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음주 후 심신미약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피고인이 최소한 계획적으로 강도 범행을 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피고인에게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할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축했다.

법원에 따르면 술 취한 상태를 형의 감경사유로 본 형법 10조 2항에 따라 그간 피고인들이나 변호사들은 “술을 마시고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해 달라”며 감형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최근 법원이 술이 매개체가 된 각종 범죄에 대해 주취 감경을 배제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만취상태에 대해 그 자체를 가중처벌 요인으로 삼기로 하면서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의 음주 등 심신미약에 대한 양형 기준도 엄격하게 바뀌고 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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