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시즌인 최근 한창 특수를 누려야 할 꽃 시장이 경기한파에 잔뜩 움츠려들고 있다. 졸업식과 입학식을 비롯해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이 몰려 있는 2~3월은 꽃 판매상들 사이에서 ‘한 달 팔아 1년 먹고 산다’는 대목 중의 대목.

하지만 최근 계속된 경기침체와 크게 오른 꽃 값에 소비가 줄면서 이 같은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도·소매 화훼단지 손님 ‘뚝’

16일 청주시 미평동 꽃 도·매상가가 모여 있는 화훼단지는 졸업 시즌을 앞두고 소매상들과 꽃을 사려는 소비자들로 북적거려야 할 때이지만 좀처럼 꽃을 사겠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화훼단지의 한 상인은 “졸업식이 몰려 있는 2월이 한 해 매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가격만 물어보고 손님들이 그냥 나가버린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상인은 “지난해만 해도 2만 원이면 졸업식 꽃 선물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지만 올해는 꽃 값이 올라 2만 원 가지고는 꽃다발의 질 자체가 떨어진다”며 “지난해 꽃 값만 생각하고 2만 원대 꽃 다발을 고르려는 소비자들이 완성된 꽃 다발을 받아보고 나서 ‘꽃이 왜이리 부족하냐’며 따져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네 꽃가게 ‘죽을 맛’

화훼단지처럼 일정한 공급처가 있는 도매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동네 꽃가게들은 최근 소비 위축으로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지난해 만해도 중하품의 꽃이 상당량 출하돼 가격을 맞출 수 있었지만 올해는 주로 상품의 꽃이 많아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은 훨씬 비싸졌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학위수여식을 앞두고 있는 청주대학교 인근의 한 꽃가게의 상인은 “14일 밸런타인데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이 절반이나 줄었다”며 “학위수여식 때도 별반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꽃 값은 상승세

이처럼 꽃을 사는 사람이 없어 수요는 줄고 있지만 꽃 값은 되레 오르고 있다.

기름 값 인상에 따른 난방비 부담으로 겨울철 꽃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면서 출하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꽃 값은 지난달 말 설 연휴 이후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졸업 시즌이 한창인 최근에는 지난해에 비해 최고 2배까지 올랐다.

지난해 한 송이 1500원, 10송이 한 단에 1만 5000원가량에 거래되던 장미는 최근 10송이 한 단이 2만 원까지 올랐고 안개꽃도 한 단에 7000원가량이 올라 1만 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고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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