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이 개발한 중소형 원자로 SMART(스마트)가 최근 표준설계인가(SDA)를 획득했다. 스마트는 원자로 계통을 구성하는 주요 기기를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배치해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일체형 원자로로, 전력 생산은 물론 해수를 담수로 바꾸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일체형 원자로 인허가를 획득해 중소형 원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 보유국이 됐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일체형 원자로

스마트는 전기 출력이 대형 원전(1000MW 이상)의 10분의 1 이하 수준인 100MW 급 소형 원전으로, 증기발생기와 가압기, 원자로냉각재펌프 등 원자로의 1차 계통 주요 기기가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설치된 일체형 원자로다.

또 스마트는 전력 생산 뿐만 아니라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기능은 물론 지역 난방과 공정열 공급 등 다목적 기능을 발휘한다.

이번에 원자력연이 개발한 스마트 1기는 인구 10만 명 규모 도시에 하루 9만 kW의 전기와 4만 t의 담수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 스마트는 발전단가가 kWh당 6~10센트로 중소 화력 발전소보다 저렴해 전 세계 발전소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형 화력 발전소의 대체 수요로 충분한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

스마트 1기당 건설 비용은 7000억 원 선으로, 공장 제작 후 현장 설치로 건설 공기를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대규모 투자에 따른 금융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다수 분산 건설시 송전망 구축 및 송배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스마트 원자로 집합체 내외부
일본 원전 사고 교훈 최고 안전성 확보

스마트는 자연대류에 의해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피동잔열제거계통’을 채택,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전원 상실이 발생해도 20일동안 노심의 잔열을 제거할 수 있고, 전원 없이 작동하는 화학적 수소 결합기를 적용해 수소 폭발 위험성을 제거했다.

특히 쓰나미 홍수위를 10m로 설계하는 등 지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속 조치 개선사항 중 10개 항목을 설계에 반영했다. 스마트는 일체형 원자로 특성상 1차 계통 주요 기기를 잇는 배관이 없기 때문에 배관 파손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이 밖에 중대사고 시 격납건물과 원자로 압력용기 사이의 공간을 전력 없이 중력만으로 물로 채울 수 있도록 설계돼 노심용융과 증기 폭발 가능성을 차단하고, 대형 항공기 충돌시에도 안전한 격납건물을 채택하는 등 안전성이 보다 강화됐다.

◆15년 연구개발 결실

스마트는 1997년 원자력이 소규모 전력 생산 및 해수 담수화 시장을 겨냥한 ‘수출전략형 원자로’로 개발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개념설계와 기본설계에 이어 ‘열출력 65MW 규모 파일럿 플랜트 개발’ 등 스마트 개발을 추진한 원자력연은 2009년부터 KEPCO 등 산업체와 공동으로 ‘SMART 기술검증 및 표준설계인가 획득 사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국내 연구계와 산업계의 핵심 역량이 집결된 스마트는 총 개발 기간 15년, 예산 3103억 원, 연인원 1500명이 투입돼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

스마트의 잠재 수요국은 전력 소비량이 적어 대형 원전을 건설하기에 부적절한 소규모 전력망 국가와 인구가 분산돼 있어 대형 원전을 건설할 경우 송배전망 구축 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인구분산형 국가, 물부족 국가 등으로, 필리핀, 몽골, 말레이시아, 칠레, 카자흐스탄, UAE,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인도네시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노후된 화력 발전소의 대체 발전원으로도 적용 가능하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 중소형 원전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가 가장 먼저 인가를 받음에 따라 2050년까지 약 35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중소형 원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대형 상용 원전과 동반 수출을 통해 국가 신성장 동력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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