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새벽 시간 대전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응급환자 10여 명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새벽 5시 30분경. 술에 만취한 50대 남성이 들어서면서 응급실은 순식간에 고성이 오가는 싸움판으로 변했다.

만취상태로 병원에 후송된 이 남성은 응급실에 들어서자마자 의사를 향해 “빨리 나와서 나를 치료하라”며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게다가 이 남성은 치료가 시작된 후 병원비 이야기가 나오자 “내가 왜 돈을 내야 하느냐”며 온갖 욕설을 퍼붓는 등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병원 측은 112에 신고를 했고 20여 분 뒤 경찰관이 도착했지만, 이 남성은 급기야 출동한 경찰관의 얼굴을 때리는 등 다른 경찰관 2~3명이 달려들어 제압한 뒤에야 한밤중 응급실 소동은 겨우 마무리됐다.

당시 바로 옆 병상에는 어린이가 치료를 받고 있었고, 링거를 맞고 있는 노인도 있었다.

한 여름 병원 응급실이 주폭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특히 응급실 내 음주 행패는 환자를 보살피는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긴급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응급실 내 폭언을 당한 의료종사자 비율은 80.7%, 폭행은 5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경우도 39.1%에 달했다.

최근 보건의료노조에서 발표한 ‘노동안전보건 실태’ 설문조사에서도 보건의료종사자 10명 중 5명은 환자로부터 폭언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이는 대부분 의료종사자가 응급실 내에서 주폭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응급실 내 주폭 행위가 여타 다른 장소보다 환자들에게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주폭을 상대하느라 치료가 시급한 환자 진료가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응급실 주폭에 대한 경찰의 강력한 통제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경찰은 5대 폭력 척결을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주폭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에 나선 상태”라면서 “병원 응급실은 의료진은 물론 환자까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신속한 현장출동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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