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블랙박스 보급이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의 교통문화에도 소리 없는 변화가 일고 있다.

블랙박스에 녹화된 교통법규 위반 영상을 경찰청 등의 홈페이지에 올려 고발하는 운전자들이 잇따르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얌체 운전자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고, 뺑소니와 각종 범죄에서 범인을 가려내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대전경찰과 충남경찰에 따르면 경찰서 별로 매월 수 건에서 수십 건의 교통법규 위반 동영상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올라오는 동영상 신고의 대부분은 블랙박스에 촬영된 화면으로, 난폭 운전을 비롯해 신호 위반과 버스전용차로 위반 등 각종 교통법규 위반 사항들이 담겨 있다. 특히 이 같은 동영상 신고는 경찰이 따로 포상금을 지정하지 않은 자발적 신고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찰은 블랙박스에 촬영된 영상을 토대로 증거자료와 차량 번호, 위반 사실 등을 확인해 차주에게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증거자료가 남아 있기 때문에 대부분 위반 사실을 시인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가 뺑소니 사고와 각종 범죄의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대전시 대덕구 연축동 인근에서 술에 취해 도로에 누워있던 20대를 충격하고 그대로 달아난 40대 남성이 인근을 지나가던 버스의 차량용 블랙박스에 덜미를 잡혔다.

금산에서도 택시기사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택시와 현금 등 970만 원 상당을 빼앗아 달아나던 20대가 차량 블랙박스에 그 모습이 찍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블랙박스 보급이 늘면서 실제 경찰의 뺑소니 검거율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대전경찰의 뺑소니 검거율은 지난 2007년 82%에서 지난해 89%까지 늘었고, 충남경찰도 같은 기간 86%에서 94%로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 등 차량용 블랙박스의 역기능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지만, 접촉사고 등 교통사고의 잘잘못을 가리거나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잘만 활용하면 ‘도로 위의 감시자’로서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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