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유흥주점 밀집지역에서 한 시민이 전신주에 붙어있는 휴대전화 매입전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8일 충북 청주시 용암동 거리. 건물 외벽은 물론 전신주마다 중고 스마트폰을 매입한다는 전단지가 가득 붙어 있다. 전단지에는 연체폰, 정지폰, 파손폰을 무조건 구입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고 심지어 습득·분실폰을 산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전단지에는 제조사별, 기종별 가격이 일목요연이 정리돼 있고 부분 손상된 스마트폰도 가릴 것 없이 매입대상이다. 인터넷 중고나라 사이트에서도 ‘기종에 상관 없이 스마트폰을 사겠다’ 또는 ‘스마트폰을 한꺼번에 여러개 팔겠다’는 등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상태에 따라 적게는 3만 원에서 비싸게는 20여만 원에 팔리고 있다.

분실되거나 도난당한 스마트폰이 아무 제약 없이 판매되고 있다. 스마트폰 유통 경로는 여러 단계로 구성돼있다. 경찰에 따르면 택시기사나 주점 종업원 등이 손님들이 두고 간 스마트폰을 습득하면 장물업자가 1차 매입업자에게 판매한다. 이때 가격은 제조사별, 기종별로 각각 다르다.

1차 매입업자가 3만~40만 원에 스마트폰을 매입하면 다시 2차 매입업자에게 판매한다. 매입업자에 따르면 2차 매입업자 이후의 단계는 지역 단위를 벗어나기도 하고 최종 매매업자에 이르는 단계가 복잡하다.

대부분의 매매업자는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긴다. 이들이 직거래를 기본 원칙으로 삼는 이유다. 몇 단계를 거쳐 최종 매입업자 손에 들어간 스마트폰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밀반출되거나 전화사기 등 범죄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보이스 피싱 등 금융범죄 등이 발생했을 때 수사에 나선 경찰들을 따돌리기 위해 쓰이는 대포폰이 대부분 이 과정을 통해 공급된다. 물론 정상적으로 스마트폰을 매입해 재생과정을 거치는 합법적인 매입도 있지만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입 전단지는 대부분 불법이라고 경찰관계자는 귀띰했다.

이같이 분실, 절도 스마트폰이 고가에 팔리고 현금 거래가 이뤄지는 점 등은 청소년 절도를 부추기기도 한다. 지난 달 29일 청주 흥덕경찰서에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A(18) 군 등은 청주시 한 찜질방에서 피해자들이 잠든 사이 스마트폰을 훔쳤다.

이들은 훔친 15대의 스마트폰을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판매해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경찰관계자는 “도난 신고된 스마트폰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며 “1차 매입업자를 잡아도 대포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위 단계 매매업자의 신상을 알기 어려워 검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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