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집값이 낮은데도 거래가 안 되는 시기에는 집이 있어도 문제고, 없어도 문제네요.”

최근 부동산거래 침체에 부동산 가격 하락기를 맞고 있는 대전지역 부동산 업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부동산시장에 대한 기대심리 저하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주택소유자들은 매물을 내놔도 팔리지 않는 현실을 원망하고 있다.

특히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이들은 집값 하락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이자 부담을 우려,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이사를 가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최 모(58) 씨는 올 연말 은퇴 후 중소형 아파트를 장만해 가계 지출 부담을 줄이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 씨는 “현재 148㎡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올해 퇴직까지 겹쳐 도심 외곽에 85㎡가량의 아파트로 이사 가려고 집을 내놨지만 3개월째 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이 집을 팔아서 대출금 잔액을 다 갚고 나머지를 생활비로 돌려 부담을 줄이려고 했는데 도무지 집이 팔리지를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세가 계속 내려가다 보니 그만큼 대출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당장 은퇴 후 시작될 생활비 걱정마저 겹쳐 요즘엔 밤에 잠도 안 온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택가격 하락과 부동산거래 실종은 아이러니하게도 무주택자들에게도 즐겁지만은 않은 소식이 되고 있다. 주택가격 하 락기조에 내 집 마련을 고려하고 있는 수요자들을 부동산거래 실종이 발목을 잡고, 금융권 대출이 길을 막아서고 있는 형국이다.

자영업자 박 모(36) 씨는 오는 10월 전세 만기를 맞아 전세금에 일부 대출을 더해 중소형 아파트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가계대출 부실을 우려한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여 내 집 마련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박 씨는 “전세금 1억 2000만 원에 4000만 원 정도 대출을 받아 중소형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 하고 있는데 자영업자라는 한계로 4000만 원 대출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저기서 지금이 내 집 마련 적기라고 하는데 대출을 위해 이자율이 높은 2금융권으로 가자니 부담이 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금 추세라면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전월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데 은행이 앞을 막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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