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이 지난 6일 본원 내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사망 원인은 추락에 따른 충격으로 인한 중증 뇌손상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자살로 추정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유서가 없는 데다 자살까지 할만한 이유가 없다며 다른 원인을 찾고 있다.

▲자살인가? 사고사인가?=이날 정 원장은 오후 4시 42분 경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내 국가생명공학연구센터 1층 현관으로 들어가 계단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CCTV에 담겨있다.

국가생명공학연구센터는 정 원장이 지난해 제10대 생명연 원장에 취임하기 직전 센터장으로 근무하던 곳이며, 정 원장은 원장 취임 후에도 수시로 이곳에 들러 연구를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원장은 오후 6시 42분 경 이 건물 옆 보도블럭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직원에 의해 발견돼 을지대병원으로 후송됐다.

그러나 병원에서 밝힌 사망 추정 시간은 이날 오후 6시 40분 이전으로, 발견 당시 이미 숨진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사건을 조사 중인 대전 둔산경찰서는 정 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

국가생명공학연구센터 건물은 보안시설로 평소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고, 정 원장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물 3층 옥상은 난간 높이가 1m에 달해 실족으로 추락하거나 제3자가 밀어 떨어뜨리기 어렵다는 것. 경찰은 부검과 미세증거물 감정 등을 통해 조사를 보강 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반면 생명연 측은 정 원장의 이번 죽음에 있어 자살로 추정할 만한 이유나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점도 자살보다는 실족에 의한 추락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 원장은 최근 낙상 사고 후유증으로 심한 어지러움증을 겪고 있어 실족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고 생명연 측은 밝혔다.

▲정 원장이 받은 업무 압박=정 원장은 인생을 바쳐 연구한 우량 인공 씨감자 개발에 성공했다.

씨감자를 대량 보급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식량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남달랐다.

이에 따라 생명연은 지난해 씨감자를 상용화 할 연구소기업 ㈜보광리소스를 설립하고 이어 코스닥 등록에도 성공하며 승승장구하는 듯 했다. 그러나 보광리소스 전임 대표가 사기성 투자계약과 횡령 등에 연루되면서 이에 대한 관리책임 문제가 불거졌고, 정 원장이 받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장 취임 이후 정 원장의 인사조치에 대한 생명연 내부 반발도 이어지면서 내·외부 압박을 받았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식사를 제대로 못해 입원까지 한적이 있다는 것이 생명연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 원장의 사인을 떠나 그의 죽음 자체에 대해 과학계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고인은 인류의 식량난 해결이라는 꿈을 갖고 평생을 인공 씨감자 개발에 몰두해 결실을 거둔 진정한 과학자였다”며 “과학자로서의 명성을 쌓았고 출연연 수장에까지 오른 그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 한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애도했다.

한편 고 정 원장의 빈소는 을지대병원 장례식장 특2호에 마련됐고, 영결식은 10일 오전 9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으로 엄수된다.

고 정 원장은 서울대 농대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원예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KIST 유전공학센터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 식물세포연구실장과 생물자원그룹장 등을 거쳐 지난해 5월 제10대 생명연 원장에 취임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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