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3일 저녁 프랑스 주재 스위스 대사관의 야외 특설 무대. 한복의 전통을 현대화시킨 세계적인 한복 패션디자이너 이영희 씨(76)가 파리에서 두 번째로 개최한 오뜨꾸뛰르(Haute Couture·고급맞춤복) 패션쇼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파리의 한국 대사관 맞은편에 위치한 스위스 대사관은 이 씨의 패션쇼를 위해 야외정원은 물론 각종 편의시설까지 흔쾌히 제공했다. 패션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이영희라는 이름은 큰 존재감을 갖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조차 이 씨가 모시로 만든 옷들을 보며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느냐"며 감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패션쇼의 콘셉트는 '천상으로 비상하는 바람의 옷, 땅으로 내려오는 흙의 옷.' 이 씨가 직접 연푸른 모시위에 동양화의 수목담채화기법을 이용해, 산수갑산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천연섬유, 모시, 대나무 등 동양 소재에 서양적 디자인의 모던함을 결합해 한복의 아름다움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유럽인들은 촉감이 뛰어난 우리고장 서천의 한산모시로 만든 한복은, 세계적인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능가할 정도라고 감탄했다.

디자이너 이영희 씨는 1993년부터 12년간 파리에서 24번의 프레타포르테(기성복) 패션쇼를 했고, 2003년 뉴욕에서 이영희 한국박물관을 개관, 전통 한복의 멋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전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한국 고유의 옷감인 한산모시로, 한복을 세계적인 현대식 옷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이런 행사에 정작 한산모시를 생산하는 서천군과 충청남도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이번 파리 패션쇼는 한산 모시를 선전하는 차원에서, 서천군에서 지원을 해주기로 했으나 이런 행사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충남지사의 눈치를 보기 때문인지 몰라도 약속은 불발로 그쳤다고 한다.

행사를 개최한 측에서는 점점 한복의 관심이 줄어들고 질이 떨어진 중국 모시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어, 한산모시로 만든 한복의 국내 소비와 판로 개척에 어려움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파리행사를 개최한 사단법인 미래문화 측에서는 한산모시를 재료로 하는 한복의 세계화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 각종행사와 패션쇼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고장 충남 서천에서 생산되는 한산모시는, 한국의 전통적인 천연 옷감으로 그 품질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금산의 인삼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정부의 후원으로 금산군에서는 매년 대대적인 인삼 축제를 개최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서천군에서도 소규모적인 한산모시 행사를 하고 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무슨 곡절이 있는지 몰라도 충남도와 서천군이 한산모시를 세계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뻔히 보고도 놓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서천군민과 충남도민들이 자치단체장을 어떻게 평가하겠나.

세계 패션의 고장 파리 스위스 대사관 야외무대에서, 한국 고유의 천연 옷감 한산모시로 오뜨꾸뛰르 의상을 선보인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특히 이번 패션쇼를 지켜본 프랑스의 패션전문 기자들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멋진 기품을 지닌 옷들"이라며 "모시라는 소재의 무한한 가능성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지금은 질이 낮은 저가의 중국 모시가 국내·외 시장 점유율을 점점 높여가고 있다. 이런 때에 한산모시의 생산과 소비를 증대시키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서천군은 그 누구의 눈치도 살피지 말고 가능하면 최대로 지원을 해야 한다. 한산모시를 짜는 기술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돼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런 자랑스러운 우리 고장의 천연 옷감 한산모시를 이용한 옷과 패션쇼가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국제무대에 더 크게 진출할 수만 있다면 무엇을 망설일 것인가. 리더의 첫째 조건은 오늘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며 가능성과 잠재력을 분별해내는 것이다. <본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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