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짜리 인생

2012. 7. 5. 21:47 from 알짜뉴스
    

사람을 평가할 때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얼마나 멀리 보느냐일 것이다.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은 내릴 때까지만 보면 된다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 다시 볼 가능성이 없으니 자유분방할 수밖에 없다. 평생 인연을 맺고 살아야 할 사돈은 조심스럽기 짝이 없다. 돈이면 여자의 마음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노동판에선 품삯을 부풀리기 일쑤다. 60년대 불루우벨즈4중창단이 부른 '열두 냥짜리 인생'이란 노래가 그 심리를 잘 말해 준다.

"하루의 품삯은 열두 냥 인데 우리 님 보는 데는 스무 냥이라./ 네가 좋으면 내가 싫고, 내가 좋으면 네가 싫고/ 너 좋고 나 좋으면 엥헤이 엥헤야…" 하루에 열두 냥씩 품삯을 받는 근로자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열두 냥이란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어떻게든 환심을 사고 싶은 여자에게 풍을 쳐도 스무 냥을 넘지 못한다. 그러니 열두 냥짜리 인생이란 소릴 듣는 것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삼성 직원들은 신입사원 면접에 들어가는 임원들에게 절대로 '60cm 인생'은 뽑지 말라고 부탁한다는 것이다.

60cm 인생이란 눈과 책 사이의 거리를 말하는 것으로 공부에만 매달리는 책벌레를 뜻한다. 공부밖에는 아는 게 없는 사원을 뽑으면 변화무쌍한 업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지만 공부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학생에겐 황당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요즘 우리를 슬프게 하는 말이 있다. 바로 6개월짜리 인생이란 말이다. 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6개월에 한 번씩 검진을 받는다. 검진받는 고통도 참기 어렵지만 결과를 들으러 가는 기분은 선고를 받으러 가는 피고처럼 긴장한다.

만약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결국 수술 받으라고 할 텐데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6개월 이상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어떤 사업에 투자하려다가도 6개월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망설일 수밖에 없다. 낯선 신문에 와서 1년간 열심히 글을 썼다. 오직 독자만 바라보고 쓴 글이라 비판을 받는 당사자에겐 혹독했을 수도 있다.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독자께 감사드린다. <소설가>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