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에서 발생한 고추밭 독극물 살포행위는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사회병리 현상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홍성서 발생한 식수원 독극물 살포 사건의 범인이 채 잡히기도 전에 동일 유형의 범죄가 또 일어났다. 불과 1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평화로운 마을에서 일어난 이런 엽기적인 사건은 그 자체만으로 충격적이다. 지난해에도 유사한 일이 일어났다고 하니 주민들의 불안과 심리적 동요는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다.

고추밭에 맹독성 약물을 뿌려 말라죽게 하거나 못자리에 설치한 공업용 호스를 절단하기도 했다. 지하실 파이프를 잘라내는가 하면 50여년 된 은행나무를 반쯤 잘라버린 일련의 행위는 예사로운 우발성 범죄차원을 벗어난다. 경찰과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수사와 범인색출로 유사사례 또는 모방범죄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하겠다.

왜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이런 범죄가 꼬리를 무는 것일까. 도시 농촌을 막론하고 이른바 '묻지마' 범죄는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하여 잔인한 방법으로 위해를 가함으로써 얻는 심리적 쾌감과 비뚤어진 자기만족은 현대사회의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증상으로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른다는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여러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이런 정신질환자 또는 잠재적 인자를 가진 인물들이 급증하며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 또는 예방은커녕 파악조차 되지 않는 속수무책의 현실이다. 건강진단에 정신질환관련 기초검진 항목을 포함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보령 고추밭 독극물 살포사건은 반복된 범죄이며 그 행태가 대단히 지능적이라는 점에서 몇 가지 가능성이 추론된다. 개인적인 원한이나 앙심으로 위해행위를 가했을 경우, 정신질환자에 의한 무차별 충동적 테러행위 그리고 또 다른 의도나 동기로 마을 분위기를 경색시켜 제3의 이익을 노릴 개연성도 없지 않다.

강력사건이 발생할 경우 특히 고위층의 관심과 채근이 없더라도 조속히 범인을 잡아내는 경찰의 신속 정확한 수사의지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아도 뒤숭숭한 민심이 이런 변태적인 사건으로 인해 불필요한 삶의 고초를 가중시키고 있다. 경찰, 검찰, 각급 정보기관이 공조수사체제를 가동하기 바란다. 이런 범죄는 나라의 기간을 흔드는 중대 국기문란 사안이기 때문이다. 점차 흉폭화하고 잔인해지는 사회분위기를 일신하고 정서순화를 도모할 일대 쇄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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