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시작된 가정폭력이 부자관계라는 천륜마저 끊어지게 만들었다.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자신을 병원에 입원시키려 한 아들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던 40대 가장이 경찰에 자수했다. 청주 청남경찰서는 4일 아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박모(47) 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피의자 박 씨의 3남매는 늘 두려움에 떨었다.

박 씨는 술에 취하면 늘 가족들에게 손찌검을 했다. 큰 아들 박모(23) 씨는 어린 시절 여동생들과 겪었던 수모를 생각하면 아직도 손끝이 떨린다. 7년 전 술에 취한 아버지는 어린 3남매를 부른 뒤 ‘다 너희들 때문’이라며 욕설을 퍼붓고 허리띠를 이용해 남매들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박 씨의 이 같은 행각은 이미 수년전부터 동네에서 악명 높았다.

박 씨가 마을 어귀에서 술을 마시는 날에는 주민들조차도 그 곳을 돌아갈 정도였다. 동네 사람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견디지 못한 아들은 결국 아버지를 알코올치료센터에 입원시키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자신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으로 착각한 박 씨는 ‘지금 뭐하는 거냐. 내가 왜 병원에 가야하냐’ 흉기로 아들과 병원차량 운전기사 등을 찌른 뒤 인근 야산으로 도주했다.

경찰의 추적이 시작되자 두려움을 느낀 박 씨는 이날 오후 10시 30분경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에게 자수 의사를 밝혀 청주시 금천동 한 체육공원에서 붙잡혔다.

박 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죄 값을 받고 오더라도 다른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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